바흐만 고바디 감독 ⓒ프레시안무비 | |
- 쿠르드족 출신으로 후세인 정권, 미국,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등등에 대해 당신의 평소 생각을 듣고 싶다.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 얘기만 하겠다. 이 모든 것은 사실 미국이 만들어 내고 미국이 저지른 것이다. 중동지역의 정세가 나빠지면 나빠질수록 미국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탈레반 정권도 미국이 후원해서 세워진 것 아닌가. 미국이 중동 사람들을 갖고 멋대로,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미국이 있다." - 당신 영화 얘기는 늘 아이들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그건 당신이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과 <거북이도 난다>만을 생각해서 그렇다.(웃음) <고향을 위한 시간><반달>같은 작품은 아이들이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일정 부분, 당신 얘기에 일리가 있다. 나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건 좀더 쉬운 언어를 통해 세상의 진실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다. 어린시절이 없다는 얘기다. 전쟁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유년시절이란 게 있을 수가 없다. 바로 성인이 된다. 쿠르드족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스무살이 된다." -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을 보면, 말조차 술을 먹여 취하게 하지 않고서는 오갈 수 없는 험한 산맥을 주인공 아이가 폐타이어를 밀수하기 위해 다닌다. 중동지역에서 이런 비극적인 환경은 일상적인 일인가.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의 주인공 아이는 나의 얼터 에고가 투영된 캐릭터다. 나는 성장하면서 전쟁을 세번 겪었다. 때론 이라크가, 때론 이란이, 때론 미국이 그 전쟁의 주역이었다. 전쟁을 숱하게 겪다 보면 영화속 아이처럼 실제 치르게 되는 전쟁은 자신의 삶 그 자체다. 어떻게든 생존해야 하는 것, 거기에는 엄청난 일들이 따른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프레시안무비 | |
- 그런 환경 속에서 당신과 당신 쿠르드족이 생존할 수 있는 삶의 에너지, 그리고 그 가운데서 당신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일종의 분노다. 중동 지역의 삶을 돌이켜 볼 때마다 우리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그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되새길 때마다 분노가 솟구친다. 그 분노가 우리로 하여금 삶을 이어가게 하고 나로 하여금 영화를 찍게 만든다. 난 중동지역 사람들 특히 쿠르드족의 비참하고 고통스런 삶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그게 나의 힘이다." - 당신 영화에 분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동이 있다. <거북이도 난다>에서 어린 여자 아이가 병사들에게 강간을 당해 낳은 아기를 유기하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은 가슴이 찢어졌다. "난 내 영화가 값싼 눈물을 흘리게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실질적인 무엇을 하게 하기 위한 감동이었으면 좋겠다."
거북이도 난다 ⓒ프레시안무비 | |
- 당신은 쿠르드족을 위한 분리국가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내 영화가 중동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녕을 주는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 지역의 평화는 세계평화로 가는 길이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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