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이랜드의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한 번의 영업방해 행위에 대해 노조는 1000만 원, 조합원은 100만 원을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고 25일 밝혔다. 동시에 2개 매장에서 영업방해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2회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통업체 계산원으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의 한 달 월급 80만 원을 상회하는 액수다.
검찰이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합원 13명에 대해 재청구 의사를 밝히면서 "'공권력'이 일방적으로 회사의 편을 든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이들의 행동반경을 좁혀 놓자 "회사는 가처분, 손해배상청구 소송, 형사 고발 등을 다 하면서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법원 "현수막 부착, 유인물 배포, 피켓 게시도 안 된다"
서울 서부지법 민사 21부(강재철 부장판사)는 이날 오상흔 홈에버 대표이사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랜드 일반노동조합과 김경욱 위원장, 이남신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 간부 9명을 상대로 낸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뉴코아 강남점에서 13일 간 점거 농성을 했던 뉴코아노조에 대한 신청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신청인은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한 매출감소액이 2007년 7월 5일까지만 해도 26억 여 원에 이르고 거래상 신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노조와 조합원에게 금지를 명하는 행위는 신청인의 소유권·점유권 및 시설관리권능에 대한 침해로서 방법 면에서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위법하다"며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법원이 금지한 '영업방해 행위'란 계산대, 출입구 등 매장과 영업관리사무실, 상품검품장 등의 점거 및 영업 부대시설에서 행하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행태의 시위 및 농성, 현수막 부착이나 유인물 배포, 피켓 게시 등이다. 대상 매장은 홈에버 월드컵점, 일산점 등 전국의 홈에버 매장이다.
이에 따라 점거 농성의 강제 해산 이후 전국의 매장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의 '투쟁'에 육중한 제어장치가 걸리게 됐다.
"80만 원 벌게 해달라 싸우는 건데…"
법원의 이런 결정에 대해 당장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교섭 결렬 전부터 '공권력 투입'을 운운해 사측의 손을 들어주더니 법원마저 노동조합의 활동범위를 가로막아 이랜드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두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파업은 조정절차 등을 다 거친 합법 파업인데다가, 유통업체에서 '파업'이 그 힘을 발휘하려면 영업 자체를 중단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일부 조합원만 일을 하지 않더라도 공장 생산라인 전체가 멈춰서는 제조업과 달리 유통업의 경우에는 몇몇 조합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 파업을 한다 하더라도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타격 투쟁'에는 결국 회사를 교섭장으로 끌어내고 협상에서 양보안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매장점거와 같은 다소 무리한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는 이랜드일반노조가 월드컵점을 점거한 지 11일 만에야 회사 대표가 교섭장에 나왔다.
더욱이 법원은 매장 앞에서 '다른 근로자 또는 일반인에 대한 협력 호소를 위한 현수막 부착, 유인물 배포, 피켓 게시'도 영업방해 행위로 보고 있다. 매장 점거 행위 뿐 아니라 일상적인 시위 행위까지 다 못하게 된 셈이다.
액수도 문제다. '법원의 명령을 한 번 어길 때마다 1인 당 100만 원'이라는 액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이들의 한 달 월급은 80만~90만 원 수준이다.
게다가 이미 이랜드는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을 상대로 5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지난 19일까지 열렸던 교섭에서 이랜드는 손배 소송을 취하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법대로"를 고수했었다.
때문에 한 노조 관계자는 "한 달에 80만 원 벌게 해달라고 싸우고 있는 건데 막대한 돈으로 그 요구마저 못하게 하려고 하는 회사와 법원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박성수 회장이 나와서 해결해라"
노사는 경찰병력 투입 7일 만에 처음으로 26일 오후 교섭을 벌이기로 했다.
이랜드노조와 뉴코아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박성수 회장이 직접 교섭장으로 나오거나 아니면 타결할 수 있는 진전된 안을 가지고 대표이사들이 나오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두 노조의 공동투쟁본부는 "더 이상 심대한 피해 발생을 자초하지 않도록 이전의 언론플레이에서 벗어나 진전된 안을 가지고 교섭에 성실히 임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며 "장기파업으로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등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당사자로서 점주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공동투쟁본부도 총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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