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한국의 선거법은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올해 초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공직선거법상 UCC 관련 적용 규정'에는 "UCC의 내용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를 넘어 선거운동에 이르는 내용이라면 선거운동기간을 제외한 기간에는 어느 누구도 인터넷에 올릴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 지난달 21일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 93조'를 들어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지난달 22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 도서, 인쇄물이나, 녹음 · 녹화테이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 · 첩부 · 살포 · 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제"라고 반발하며 사이버 시위를 여는 등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선관위 역시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허용에 관한 필요성을 인정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2월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사실상 정반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더이상 국회와 선관위에 맡겨 둘 수 없다며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문화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공직선거법 93조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소송에 동참할 청구인을 오는 8월 10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선거의 주체인 유권자는 '입 다물라'?
이들은 "선관위의 방침은 후보와 언론은 날마다 대선을 이야기하는데 정작 선거의 주체인 유권자는 후보평가와 검증과정에서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허위사실 유포나 후보비방, 명예훼손 등을 넘어 후보에 대한 지지, 추천, 반대까지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단속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선관위가 인터넷 상 선거활동 금지 발표를 한 이후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정치와 관련한 온라인 활동은 이미 크게 위축됐고, 특히 대선 후보를 언급한 게시글은 발표 전과 비교해 70% 이상 감소했다"며 "선거법 개정 없이 손발이 묶인 채로 이대로 대선을 치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 5월 장윤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의 선거법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누리꾼의 선거활동은 금지하면서 후보 측이 민·형사상의 소제기를 위해 온라인 업체에 네티즌 개인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인터넷 언론사와 포털 사이트 등에도 정보의 삭제권을 부여해 규제의 주체와 대상의 폭을 넓혔다. 또 게시판, 대화방에 글을 게시할 때도 실명인증을 하도록 하고, 선거 120일 전부터는 후보 검색을 할 경우 선관위, 정당, 후보의 공식 지정 자료와 공식 홈페이지를 우선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330명 사이버 검색요원에 맞설 330명의 유권자 모집합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청구인은 '선관위 사이버 검색요원 330명에 대항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330명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시대착오적인 공직선거법과 선관위의 규제에 공분을 느끼는 누리꾼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며 19세 이상의 유권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http://freeucc.jinbo.net)
또 이들은 '선관위의 UCC 운영 지침'의 위헌성도 함께 제기할 예정이라며 이 지침이 전면 폐기될 때까지 각 단체 웹사이트에서 선관위의 요청을 일체 거부한다고 밝혔다.
누리꾼들 "나를 고발하라" 시민사회단체들은 위헌소송을 제기한 공직선거법 93조 외에도 선거법 자체가 지나치게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지현 팀장은 "앞으로 선거자금에 대한 규제 외에는 참정권 및 표현의 자유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청원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최근 한 누리꾼이 인터넷 사이트에 선관위의 UCC 운영 지침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소환조사를 요구받은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정치사이트 <서프라이즈>에 "나를 고발하라"라는 제목으로 선관위의 UCC 규정이 적용되던 첫날인 지난 6월 22일 글을 쓴 이 누리꾼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현저하고 명백한 위험'이 필요하다"며 "그 어떤 경우에도 나의 발언을 원천적으로 틀어막고, 시민들의 발언을 봉쇄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완전한 부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글 전문. [근조 민주주의] 나를 고발하라! 나는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열린우리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한다. 나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비롯한 모든 한나라당 후보를 반대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이명박과 박근혜를 위시로 한 한나라당 후보의 낙선을 간절히 호소한다. 나는 나의 발언이 제 17대 대통령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기를 아주 간절하고도 애절하게 기대한다. 이상의 발언으로 인하여, 나는 선관위가 규정하는 바의 인터넷 상의 후보자 지지, 낙선 권유를 실행하였다. 나를 고발하라. 원컨대 부디 나를 고발하라. 나 또한 당신들을 고발하리라.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공화국'임을 천명하며,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살풍경을 고발하리라. 선거관리위원회.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으로서, 지금 당신들이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짓밟고 있는 반민주적, 반헌법적인 작태를 고발하리라. 오늘 당신들은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공화국 시민들에게 "입 닥치라"라고 명령한다. 나는 거부한다. 온 몸으로 거부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자유시민으로서, 법치주의 충실한 모범시민으로서 당신들의 명령은 위헌이라 선언한다.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새삼스레, 선거관리위원회 당신들에게 가르쳐주겠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현저하고 명백한 위험"이 필요하다. 그 어떤 경우에도 나의 발언을 원천적으로 틀어막고, 시민들의 발언을 봉쇄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완전한 부인이다. 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주권을 박탈하는 폭력이고, 만행이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적 근거를 대라. 우리의 언어가 대한민국 사회에 어떤 "현저하고도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것인지 답하라. 나는 고발한다. 대한민국의 국체가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한 헌법을 짓밟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고발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현저하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고발한다. 나를 고발하라. 나는 제17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나의 모든 진지함을 담아 나의 의견을 표현하고,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있다. 나를 고발하라. 열린우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하여 나의 정치적 의견을 마음껏 표현하고, 한나라당 후보의 낙선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나라당의 패배를 위하여 총력을 기울일 것이니, 나를 고발하라. 나 역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하는 당신들을 고발한다. 대명천지 21세기를 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주권자로서, 방관자가 아닌 참여하는 올바른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나의 입을 틀어막는 선관위 당신들의 야만적이고 미개한 폭력을 온 세상에 고발한다. 나를 고발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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