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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너무 많아, 대박은 힘들겠어!

[최광희의 휘뚜루마뚜루 리뷰]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생각이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는 양면성을 갖기 마련이다. 단순히 즐기고 넘어가는 오락영화의 한계에 머물지 않았다는 호평이 뒤따르는 한편, 그래서 흥행 면에서는 불리함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 블록버스터에 롤러코스터의 짜릿함을 기대하는데 익숙해진 대중 관객에게 과도하게 머리를 굴릴 것을 요구하는 짓은, 스피노자를 액션 어드벤처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이나 다름 없는, 위험한 도박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중은 피곤하다. 그러므로 판타지의 임무는, 현실 세계에 찌든 '생각'이라는 녀석을 단숨에 지워낼 수 있는 2시간 동안의 짜릿한 가상 체험을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그런 면에선 판타지 블록버스터에 대한 대중 일반의 기대에 살짝 엇나간다. 앞서 언급한 양면성을 지닌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셈이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프레시안무비
일단 이 영화, 꽤 생각이 많다. 해리포터가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 많아진 것은 그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따른 자연스러운 통과 의례다. 시나브로 해리포터는 마법 학교의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의 불합리를 알게 된다. 부당한 권력이 자유를 속박할 수 있다는 현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과 '덤블도어의 군대'를 조직할만큼 혁명적 자유의지와 연대의 중요성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초'를 통해 키스의 매혹과 사랑을 알게 되지만, 사랑의 이면에 배신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법학교 5학년생인 그가 듣게 되는 소리도 자못 철학적이다. "세상은 선과 악으로만 구별할 수 없어. 선택이 본질을 규정할 뿐이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관객의 머리도 따라서 약간 복잡해진다(학생들에겐 논술 교보재로 괜찮다고 추천할만 하다). 전편의 퀴디치 경기나 트리위저드 대회 같은 엄청난 규모의 스펙터클이 선사하는 시청각적 쾌감의 서비스가 빠진 상황에서, 해리포터는 이제 마술봉의 트릭보다 전편보다 훨씬 더 강건한 신념과 의지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볼거리 충만해야 할 블록버스터에 왠 관념?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프레시안무비
그러니 이건 흥행면에선 쥐약이다. 일단 역대 시리즈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우긴 했으나 가장 많이 든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425만을 넘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역대 최고로 평가 받고 있는 3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시리즈 중 최저인 273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바 있다. 그 3편에 필적할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불사조 기사단>이 걷게 될 운명은, 그러므로 비교적 자명해 보인다. 여러가지 시장 상황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필자는 이 영화가 배급사의 기대대로 400만 명까지 바라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근거가 뭐냐고? 말했잖나. 우스운 얘기지만, 작품이 좋아서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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