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외교통상부 측과 계속 연락을 취해왔으나 오후 3시30분께부터 연락이 끊긴 뒤 탈레반측의 2차 통첩 보도가 나오자 긴급 성명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성명에서 "정부를 믿고 기다렸는 데 상황은 급박하게 변해 조금 전 AP통신이 '탈레반 측이 한국인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2차 통첩을 냈다'고 보도했다"며 "이 같은 상황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외교통상부 장관은 가족들에게 사실 규명은 물론 구체적인 대책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아울러 한국군의 즉각 철군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이 뒤따랐다.
이날 성명을 낭독한 피랍자 가족 대표 차성민(30. 피랍자 차혜진 씨의 동생)씨는 "정부가 복안을 갖고 있다고 했고, (탈레반의) 1차 통첩후 철군을 요구했던 가족들을 수차례 설득해 왔는 데 진전된 상황이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차 씨는 "올해 안에 철군할 것이라면 당장 철군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너무나 소중한, 가족에게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20명을 살려내라"고 말했다.
이어 차 씨는 "피아노를 전공한 누나가 대학 1학년 때부터 세계 오지를 다니며 봉사활동을 했고 3년 전부터 샘물교회에 다니다 이번에 아프간 봉사활동에 갔다"며 "피아노로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 꿈인 누나는 아프간에서도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차 씨는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며 동생들에게 자상했던 누나의 얼굴을 한번만 봤으면, 한 번만 밥을 같이 먹었으면…"이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 했다.
또 다른 피랍자 가족은 "2차통첩 후 탈레반이 독일인을 살해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 외교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성명을 발표한 뒤, 피랍자 가족 18명은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송민순 외통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피랍자 가족들은 동의, 다산부대의 철군을 거듭 요청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정부도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15분, 노무현 대통령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인 피랍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아프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10분 간의 통화에서 카르자이 대통령은 또 22일 현지에 도착하는 한국 정부합동대책반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아프간의 안정과 재건을 위해 기여해 온 한국민의 조기, 무사 석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협력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아프간 무장세력의 통첩시한이 지나면서, 피랍자 주변 사람들의 가슴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피랍자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한데 모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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