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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맨유 선수들이 이랜드 노동자들의 현실 볼까 두려웠던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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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맨유 선수들이 이랜드 노동자들의 현실 볼까 두려웠던 정부"

기막힌 타이밍이다. 정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이 한국의 노동자 투쟁의 현장을 목격하게 될까봐 좌불안석이었나. 하기야 한쪽에서 울려 퍼지는 축구장의 함성을 듣게 되었을지도 모를 농성장 안에 갇힌 노동자들과 그들의 좌절을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됐는지도 모른다. 정부가 사람들을 고민에 빠뜨리게 하는데 가히 세계 최고의 지략을 자랑하는 것 같다.
  
  그래 그렇게 처절하게 끌려 나가는 노동자들을 보고 있으니 행복한가? 당신들의 하룻밤 접대와 유흥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으로 살아가면서,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눈치만 보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그렇게 잡아가니 통쾌한가? 든든한 공권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가?
  
  "정규직이 돼서 한달에 150만 원, 200만 원 받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한달에 80만 원, 1년에 960만 원 벌게 해달라"고 소리치는 그 노동자들을 향해 71개 중대 7천명에 달하는 경찰 병력을 투입해 진압하고 나니 속 시원한가? 누가 행복하며, 누가 통쾌하며, 누가 기쁘고 누구의 속이 시원한가? 자, 계속 그렇게 민중을 배신하고 민중을 억압하는 정권과 공권력을 만들어가 보라. 그 끝이 어디인지는 당신들도 알 것이다.
  
  우리는 기록하고 있다. 87년 민주화 이후 '조금씩 조금씩' 강도를 더해가는 경찰국가, 반민중적 국가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통치자와 관료, 정치인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씩 기록하고 있다. 한미 FTA, 한EU FTA 등 온갖 사기를 치고도 국가를 대표하는 관료의 이름으로 떳떳하게 다른 사기를 준비하고 있는 당신들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다. 당신들이 그토록 즐겨 사용하는 '역사의 평가'라는 언어를 우리가 사용하기 위해 당신들의 얼굴, 당신들의 이름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 곱든 밉든 주머니 털어 당신들의 생존과 지위를 보장해주고 있는 민중이 항상 관대하게 당신들이 만들어내는 언어와 이데올로기에 갇혀 지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을 가졌으면 한다.
  
  권력과 자본에 기생하며 언론의 자존심을 포기해 버린 신문과 방송에 대해서도 우리는 기록하고 기억할 것이다.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대통령 후보들을 둘러싼, 너무나 많아 기가 질릴 정도의 보도에 매달리면서도 노동자와 민중의 그 소박한 주장들에 대해서는 콧방귀 뀌는 당신들을 기억한다. 특히 공영방송 KBS, 당신들을 정확히 기억할 것이다. 수신료 인상! 웃기지 말라. 당신들이 주장하는 디지털 전환 비용, 시청환경 개선비용, 광고 비율 축소 이전에 당신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부터 따져보라. 당신들 스스로가 이미 권력과 자본의 한 축이 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렇게 쉽게 수신료 인상 기대하지 말라. 그런 그럴싸한 이유를 내세워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기 이전에 현실과 민중의 삶을 읽어내는 능력부터 키우라. 다른 주류 미디어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들이 화려한 말장난과 못 본척하기를 반복하는 동안, 수많은 민중들의 삶이 무너져 내려가고 있다. 온갖 잡스러운 정보를 수집하는 그 촉수를 조금이라도 한국 사회와 세계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는데 사용해보라.
  
  우리는 결코 잊지 않겠다. '하루 여덟 시간을 제 자리에 멈춰선 채 화장실조차 갈 수 없었던' 노동자들이 지금 경찰서 유치장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노동자들에게 죄가 있다면 한 달 노동의 대가로 80만원을 요구하며 비정규법이 참여정부의 자살골임을 폭로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굳건히 결의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반민중적 정치세력, 관료, 공권력, 자본, 언론에 대한 투쟁을 조직할 것임을 말이다. 당신들을 심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우리에게도 당신들 못지않은 지략이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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