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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또하나의 '사실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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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또하나의 '사실 왜곡'

"메이저신문 탄압해 한국 언론자유 10등급 하락"?

노무현대통령이 조중동을 탄압한 결과 우리나라의 언론자유가 10등급이나 하락했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을 자의적으로 왜곡한 사실이 드러나, 조선일보가 또다시 왜곡보도 논란에 휘말렸다.

***조선일보의 또하나의 사실 왜곡**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언론자유 수호단체인'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20일(현지시간)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세계 언론자유등급'을 조사해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이 소식을 21일자 신문에서 "한국 언론자유 39위서 49위로 하락-노대통령의 메이저신문 공격 때문"이라는 제목으로 1면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지난해 조사에서 한국은 1백39개국 중 39위를 기록했지만, 1백66개국으로 조사대상국이 늘어난 올해조사에서 순위 하락을 보였다"며 한국 순위가 지난해 39위에서 올해 49위로 떨어진 점을 강조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이어"(한국의) 언론 부자유지수는 지난해 10.5에서 올해 9.17로 떨어져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는 '팩트(사실)'에 충실한 보도였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기사를 쓴 박해현 파리 특파원은 RSF의 아시아 담당자와의 자신의 전화통화를 인용해 "한국이 49위를 기록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메이저 신문들을 향해 공격적 발언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노 대통령 정부가 언론에 대해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지지층을 의식해서 보수적 언론들을 공격한 것은 정치적 행동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담당자는 또 양길승 향응 파문을 담은 비디오 사건과 관련, 검찰이 SBS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에 대해서도 "사법당국이 언론의 취재원 보호 원칙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국 언론자유 도리어 상대적으로 신장**

이같은 조선일보 기사만 보면, 노대통령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메이저신문들에 대해 공격적 발언을 했기 때문에 한국의 언론자유가 10등급이나 하락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된다.

하지만 국경없는 기자회의 발표 내용을 곰곰히 들여다 보면 진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조사대상이 1백39개국이었으나, 올해는 조사대상국가가 1백66개국으로 전년도보다 27개국이 늘어났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순위 하락은 조사대상국가 증가에 따른 것이 주요인이었다.

한 예로 올해 조사결과를 작년치와 비교해 보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앞선 나라 13개국은 지난해 조사 대상에 없다가 새로 조사대상에 포함된 나라들이었다.

실제로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언론 부자유지수는 지난해 10.5에서 올해 9.17로 떨어져 언론자유가 일정 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뚜렷한 증거는 지난해 조사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던 오스트레일리아(12위)와 대만(35위)이 올해 조사에서 각각 51위와 61위로 큰 폭 하락하면서,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뒤쳐졌다는 점이다.

또한 아시아에서 언론이 가장 자유롭다고 여겨지는 국가들인 일본과 홍콩의 경우도 일본은 한국보다 불과 5위 앞선 44위에 그쳤고, 홍콩은 56위를 차지해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다.

또한 미국은 이번 조사에서 프랑스, 영국보다 낮은 31위로 떨어졌고, 미군정하에 있는 이라크는 1백35위, 싱가포르는 1백44위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에서 언론자유도 1위는 핀란드,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4개국이 북유럽 국가들이 공동으로 차지했고, 서방선진7개국(G7) 중에서는 독일이 8위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하위는 북한이 차지했다.

***'진실'과 '사실'의 차이**

RSF는 이번 조사 보고서에서 "부와 언론자유가 항상 같이 가는 것이 아니다"며 "언론자유도 상위 50위권에는 베냉, 동티모르, 마다가스카르 등이 포함됐고 하위 50위권에 싱가포르, 바레인 등이 있다"고 말했다. 새로 조사대상국으로 포함된 신흥국 27개국이 순위 변동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RSF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경우 국내 언론자유도는 높은 반면 해외 언론자유도가 낮아 특별한 상황"이라며, 이라크 전쟁 중 숨진 기자들에 대해 미국은 수용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기자들에게 탄압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SF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나 설명은 없었다.

언론자유순위 49위는 분명 자랑할만한 순위는 못된다. 상위권 50개국에 간신히 턱걸이한 수치로, 언론자유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난해보다 '언론 부자유지수'가 분명 개선됐다는 객관적 수치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익명의 국경없는 조사회 관계자 말을 빌어 노대통령이 조중동을 탄압했기 때문에 언론자유지수가 대폭 하락했다고 보도하는 태도는 '악의적 사실 왜곡'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언론계의 지배적 지적이다.

조선일보의 이 보도는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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