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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광주, 그리고 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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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광주, 그리고 화려한 휴가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화려한 휴가>를 봤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묻는다. "영화 어때?" 그리고 또 꼭 이렇게 덧붙여 묻는다. "흥행 될 것 같아?" 영화를 보고나서 며칠 동안 계속해서 표정관리를 하느라고 애썼다. 단순하게 대답할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후배가 그런 나를 두고 답답하다는 듯 쏘아붙이면서 말했다. "객관적으로 얘기해봐요 한번." 겨우 이렇게 대답했다. "나 같은 386은 이 영화에 대해서 객관적일 수가 없어." 그러자 그 후배가 다시 물었다. "그럼 주관적으로 말해봐요, 영화가 어떤지." 그래서 이렇게 피해갔다. "이 영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3,40대는 아무도 없어." 여자 후배의 눈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였다. 마치 이런 질문을 목구멍 속으로 꿀꺽 삼키는 것 같았다. '아 그러니까 당신들처럼 그때 얘기만 나오면 질질 짜는 세대들말고 젊은 친구들이 이 영화를 많이들 볼 것 같냐고 안 볼 것 같냐고?! 이 영화는 그게 더 중요한 거 아니냐고?!'라고.
화려한 휴가 ⓒ프레시안무비

가깝게 지내는 또 다른 후배는 어느 날 술이 약간 취해서는 이런 얘기를 했다. "글세말에요. <화려한 휴가>와 관련된 인터뷰 기사를 데스킹하다 보니까 여주인공 역을 맡은 여배우는 80년생이고 기자는 80년 이후에 태어난 친구더라구요. 근데 둘이서 신나게 광주 얘기를 하대요. 허 참. 허허 참, 에고 잘 모르겠어요.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갔는지. 꼴깍. 끅." 그보다 술이 더 취한 나는 웅얼웅얼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결국은 역사적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관의 문제일 것이며 역사적 추체험과 그에 따른 철학의 문제일 것이라고. 그건 내 얘기가 아니라 에드워드 할렛 카아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했던 얘기다. 아, 근데 이 책도 80년대 필독서였으니 그런 얘기 이제는 안통할라나. 이런저런 상황을 놓고 볼 때 <화려한 휴가>는 불안불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20대 젊은이들 가운데 50% 안팎이 5.18이 무엇인지, 광주민주화항쟁 때 어떤 비극이 벌어졌는지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들으면 눈썹을 모으며 "진짜?"라고 되묻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벌써 27년이 지난 일인데다 그 27년동안 광주의 희생을 새로운 역사로 보듬어 내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지금의 세대들이 광주의 사건을 모를 수밖에. 어떻게 보면 그건 젊은이들 탓이 아니라 젊은 친구들을 그렇게 만든 나 같은 기성세대들의 책임일 수 있다.
화려한 휴가 ⓒ프레시안무비

영화를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철철 눈물이 나면서도 이 영화를 만든 김지훈 감독이 꽤나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를 나열하면서 다큐멘터리처럼 찍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아무리 그래도 요즘 친구들 좋아하듯 액션감과 스릴감을 팍팍 느끼게끔 찍어야 할 것인가. 전자처럼 만들자니 자칫 다소 진부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요 후자처럼 만들자니 감히 5.18을 희화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다소 엉거주춤 그 중간 지점에서 고민하고, 방황하고, 흔들리고, 갈등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겠는가.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그런 '혼돈'의 숙명을 안고 있었던 작품이다. 그건 아마도 5.18 광주의 정신이 역사적으로 깔끔하게 계승되지 못한 지금의 사회정치 현실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사람들 가슴에 못다 한 말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 역사적 울분을 다 토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라면 영화는 끝끝내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 <화려한 휴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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