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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여수 참사'를 벌써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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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여수 참사'를 벌써 잊었나"

인권위, '이랜드 농성장에 대한 긴급구제' 권고

이랜드 회사 측이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농성장 통로 방화문을 내린 후 용접·봉쇄한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중대한 인권 침해"로 규정했다. 이어 인권위는 회사 측의 이런 행위가 농성장 안에 있는 이들의 신체적 안전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를 낳았다며 소방당국에 긴급 소방 점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권고에 대해 인권위는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갇혀 있는 상황에서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할 때, 과거 '여수 참사'를 넘어서는 대규모 피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농성 확산 막으려고, 출입구를 용접 봉쇄했다"
  
  인권위는 18일 발표한 권고안의 내용이다. 이날 권고안은 이틀 전인 지난 16일, 이랜드 노조와 인권단체들이 '홈에버 월드컵몰점과 뉴코아 강남점에서 농성 중인 이랜드 노조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인격권 보호 및 신체적 안전"을 위해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는 이랜드 그룹 노조 조합원 150여 명이 19일째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뉴코아 강남점에서도 같은 노조 조합원 150여 명이 11일째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농성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봉쇄하고 있다. 심지어 경찰은 지난 15일 무더위 속에서 농성장 안에 갇혀 지내는 이들의 건강을 염려해 농성장을 방문한 의료진의 진입까지 막았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회사 측은 지난 11일 통로 방화문을 닫은 뒤, 그 위에 쇠 파이프와 쇠사슬 등을 대고 용접해버렸다.
  
  이런 조치에 대해 회사 측은 "인접 점포로 농성이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고 불가피하게 방화시설 등 출입구에 용접 봉쇄했다. 그리고 경찰 및 경비 용역이 열쇠 등을 소지하고 지키고 있어 비상시에는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것은 이랜드 회사 측의 시설 보호 요청에 따른 것이며, 위험물 반입을 제한하는 차원에서 검사를 한 후 생필품 등의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의 해명에 대해서는 인권위도 일부 인정했다. 인권위는 18일 권고안에서 "생필품 등은 검사 후 반입을 허용하고 있어 '긴급한' 구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밝혔다. 단 전경들이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검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16일 현장 실사 과정에서 여성 경찰이 반입물을 검사하도록 경찰에게 요구했고, 이런 요구가 수용됐다"고 밝혔다.
  
  소방법 위반한 이랜드,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하지만 농성장으로 통하는 방화문을 닫고, 용접 봉쇄한 회사 측의 행위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날 권고안에서 "방화문 등 출입구 차단 후 용접봉쇄에 대하여는 뉴코아 강남점은 시설주체 측에서 피해자들이 점거농성 중인 지하 1층 매장으로 통하는 출입구 가운데 정문 쪽 1개소를 제외하고는 모두(비상구 포함)를 쇠막대기나 쇠사슬 등을 용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용접되지 않은 출입구 한 곳은 경찰이 막고 있다.
  
  이어 인권위는 "현장조사 당일인 7월 16일 오전, 회사 측이 용접봉쇄한 부분을 산소용접으로 녹여 해제했으나, 실지(實地)조사 과정에서 대부분의 잠금장치는 지속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인권위는 "홈에버 상암점은 점거농성 중인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방화문이 닫혀 있었고 방화문 가운데로 뚫린 쪽문을 회사 측에서 용접봉쇄하였으나 농성자들에 의해 뜯어져 있었으며, 화재발생 등 유사시 농성자들이 설치한 쇼핑카트 등을 밀어내고 대피할 때…인명피해와 직결된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소방관련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방화문 등을 차단한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못박았다.
  
  또 인권위는 회사 측의 방화문 폐쇄와 용접 봉쇄 조치에 대해 "최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그동안 다중이용시설의 화재참사 교훈이 말하여 주듯 유사시 다중의 생명권 등과 직결되어 있어 현행 법률에서 소방시설 등에 대한 훼손, 폐쇄 등의 행위를 엄히 금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더욱이 경찰력과 회사 측 경비용역이 배치되어 엄격한 출입통제 등이 이루어진 상황임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용접 봉쇄 지휘했다"는 보도에 주목한다
  
  인권위는 이날 권고문 말미에서 "노조원들의 시설 점거 등이 비록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농성 중인 100여 명 이상이 경찰력 등에 의해 가족 등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어 극도로 불안한 심리상태인 상황에서 화재 등 유사시 안전시설인 방화셔터 등 출입구가 차단되고 용접봉쇄 조치를 직접 목격하고 느꼈을 극심한 모멸감 등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권고안에서 경찰보다 이랜드 회사 측의 잘못을 주로 지적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출입구 용접봉쇄조치가 경찰의 지휘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회사측 관계자의 진술이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하여 주목하고,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 긴급구제보다는 시간을 갖고 진술의 진위여부, 지휘의 구체적 내용 및 주체 등에 대하여 계속적인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이날 권고안에 담겼다.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이랜드 노조원들에 대한 인권 침해의 책임이 회사보다 경찰에게 더 무겁게 지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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