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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사시시장 재편…2009년 시장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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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로스쿨, 사시시장 재편…2009년 시장 빅뱅

서초동 학원가, '직장인 로스쿨반' 개설 중

서울 강남역 D편입학원의 김상운(38. 가명) 경영실장은 15일 오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갑작스런 출장인데다 여름철 성수기라 1주일을 기다려 표를 구했다. 그는 한 달 일정으로 미국 보스턴과 뉴욕, 시카고, LA를 돌아볼 예정이다.

그의 출장 목적은 미국의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에 대해 알아보고, 한국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미국 변호사를 섭외하는 일. 귀국길에는 얼마 전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일본에 들러 도쿄에서 재일동포 변호사도 만나볼 예정이다.

D학원의 경우 '로스쿨 전환' 대비가 늦은 편. 김 실장은 "올해 초까지만해도 로스쿨법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봤고, 대선과 내년 총선을 거치면 적어도 2~3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갑자기 법안이 처리되는 바람에 직원들이 로스쿨 정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사법시험=2009년 고시학원 시장 빅뱅
▲ 로스쿨법은 국회를 통과했으나 정원과 대학선정이 안돼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 ⓒ연합뉴스

지난 3일 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전격 처리됨에 따라 고시촌이 분주해지고 있다. 기존의 사법시험 중심의 신림동 고시학원들이 '로스쿨 체제'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특히 사법시험 시장 밖에 있던 학원들도 새로운 '로스쿨 시험' 시장의 진입을 노리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형법, 민법 등의 전통적인 사법시험 체계와 달리 로스쿨 입학 시험은 '법학적성시험'(LEET. 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 중심으로 치뤄질 예정이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로스쿨법 입학시험 시장은 기존의 '신림동' 시장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에 시장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며 "로스쿨법 통과 직후 LEET 전문 강의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로스쿨 유학 대비 LSAT를 강의하던 학원들도 지금을 '호기'로 보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2009~2012년 사이에 법률시험 시장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존 사법시험 시장만 300~400억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일단 로스쿨이 2009년 9월 개원한다면 3년제인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는 시점은 2012년 9월이다. 그렇다면 일단 2009년 사법시험까지는 합격자 1000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2009년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2012년 1월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 때문이다. 만약 로스쿨 정원을 1200명으로 가정한다면 2009년에만 사법시험 합격자와 로스쿨 합격자가 2200명이 되는 셈이다.

또 제도 변화로 인한 사법시험 수험생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2010년 이후에도 사법시험 제도가 단계적으로 합격자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안이 검토 중이다. 로스쿨 제도를 기초한 사법개혁위원회는 로스쿨 도입 후 5년간 사법시험을 유지하도록 안을 냈었다.

또 각 대학들과 변호사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은 로스쿨 총정원을 최소 3000명 이상이 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이 경우 로스쿨 시험만으로도 시장이 3~4배로 커진다는 예측이다.

로스쿨과 사법시험 합격자 수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법조계와 대학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어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따라서 '적정 변호사' 수에 맞춰 당분간 함수관계를 이루며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직장인들 "로스쿨 한 번 가볼까?"

'직장인 부대'의 행보도 '시장 확대' 전망에 한 몫하고 있다. 보험계리사, 손해사정인 등 보험 관련 자격증만 3개를 갖고 있는 보험사 7년차 박철환(34. 가명) 대리. 그는 최근 로스쿨법이 통과됐다는 뉴스를 본 뒤 머리가 복잡하다.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었고 실적도 나쁘지 않지만 "계속 이렇게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 그 때 언론에서 로스쿨을 접했다.

박 대리는 "최근 보험시장 성장과 함께 보험 관련 송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신문에서 보니 로스쿨 입학시험은 법학 전공자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경력을 중시한다는데 나도 도전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끔 소송관계인으로 변호사를 만나고 법정에도 나가봤는데, 내 경력이면 보험 관련 소송에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전문성도 인정받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박 대리의 생각은 로스쿨 도입 취지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헛 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번에 통과된 로스쿨법의 '제안이유'에는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에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에게 전문적인 법률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지난 3일 국회에서 통과된 로스쿨법은 "로스쿨 입학자 중 법학 이외의 학사학위 취득자가 1/3이상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 조항이 "1/3이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수정됐다.

물론 '비법학 전공자'라고 해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비법학 전공자들이 사법시험 공부에 뛰어들고 있고,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확대 이후 비법학 전공자의 합격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법시험 1차 합격률은 매년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에서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험성적'에 의해 줄을 세워 뽑는 사법시험과는 달리 '경력'이 포함되는 로스쿨 시험에서는 LEET와 영어성적이 비슷하다면 '경력'이 당락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밖에 시험 준비에만 매달려왔던 '고시낭인'들에 비해 유리하다는 계산도 선다.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로스쿨 관련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고, 신림동 뿐만 아니라 서초동과 '강남역'의 대학 편입 학원 등이 '직장인 부대'를 노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로스쿨 도입 초기, '명성 획득'에 총력을 기울이게 될 로스쿨들이 사회경험이 거의 없는 대학 졸업반 학생들보다 이미 사회 각 분야에서 검증 받은 전문인력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처음 가는 길'의 리스크 검토…세부계획 빨리 확정해야

반면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며 무작정 로스쿨로 인생 진로를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만하다. 한 중견 변호사는 "사(士)자라는 직업이 갖는 명예와 부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이미 변호사 공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무엇보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제도이던 처음에 도입되면 자리잡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며 "남들이 가보지 않은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관련 세부계획을 하루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아직까지 총정원, 로스쿨 개수, 전형방법, 학비, 사법시험 축소 등 세부적인 계획에 대해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로스쿨 진학 희망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대학이나 사교육 시장의 과열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사법시험 준비생은 "지금 대학교 4학년인데, 내년까지 사법시험을 치르고 불합격하면 군대에 다녀와 로스쿨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니면 입영을 연기하고 로스쿨에 진학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장 지금 다니는 학원에서 LEET 강좌를 개설한다고 하는데, 그 강좌를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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