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는 사회연대연금지부 3400여 전 조합원이 2일과 3일 전면파업에 들어가고 밤샘농성과 국회 앞 집회, 대국민 선전전 등 총력투쟁을 벌였지만 국민연금 개악을 막아내기에는 우리의 실력이 너무도 역부족이었다.
국민연금법 개정 과정에 무관심으로 일관한 국민들
이번에 통과된 국민연금개악안의 핵심은 소득대체율이 60%였던 연금 수준을 40%로 무려 1/3이나 삭감시킨 것이다. 이를 알기 쉽게 환산하면 월 소득 180만 원의 노동자가 30년 간 연금에 가입했을 경우 월 90만 원을 받던 것이 58만 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 땅에 국민연금제도가 뿌리 내린 지 채 2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국민연금제도의 불신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국민들을 참주선동하며 연금액을 삭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대폭 삭감당하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역시 마찬가지다.
임금 1~2% 인상에는 누구나 더 열심히 투쟁하면서도 연금이 무려 1/3이나 깎여나가는데도 우리 모두는 솔직히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우리들의 무관심이 결국 국민연금을 보수정치권의 장난 속에 황폐화하도록 만들었다.
국민연금 개악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오로지 노후를 국민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전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다.
반면에 최대의 수혜자는 재벌 보험회사와 초국적 보험사들이다. 공적연금이 축소되면서 그만큼 사적 연금 시장은 커졌다. 국민연금의 불신을 이용해 그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들은 공적연금제도가 축소되자마자 개인연금을 들 것을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
유럽에선 국민 동의 없이 연금 손댔다간 정권이 흔들리는데…
연금재정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이번 연금 개악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 서유럽 국가들은 이미 연금지출 총액이 GDP 대비 10%를 넘었다. 지금의 연금제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43년 후인 2050년의 연금지출 총액은 고작 GDP의 7%에 불과할 뿐이다. 이 정도 수치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속도와 규모를 볼 때 충분히 떠받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공적 영역을 사적 보험으로 대거 이관시켜 개개인이 부담하도록 한 것이 이번 연금개악의 전말이다.
1994년 프랑스 여당은 연금 삭감을 강행하다가 전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 이듬해에는 이로 인해 선거에서 정권마저 잃었다. 지난해에는 60살인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2년 더 연장하려다 100만 명의 노동자 총파업을 불렀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구 유럽에서는 국민연금 수급률 조정을 국민투표 없이 몰아 부치면 정권 자체가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바로 연금이 국민 생존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연금 지급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노후생활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권자가 생기게 된다. 국민연금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받게 되면서 사회적 부양(세대간 연대)의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도 이번 국민연금 개악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낱낱이 알고 분노할 것이다. 그리고 연금을 황폐화시킨 보수정치권을 심판할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악 저지 투쟁은 분명히 참혹하게 패배했으나 다시 시작할 것이다. 연금 투쟁은 연금 노동자만의 투쟁이 아니라 이 땅 모든 민중들의 삶의 질과 연관된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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