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계량단위 정착방안 시행 첫날인 1일 부동산 중개사무소와 가전제품 대리점, 금은방 등에서는 '평'과 '돈' 등 기존 도량형에 익숙한 손님과 업자들이 제곱미터와 그램으로 표기된 제품을 두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속출했다.
이들은 대부분 "아직 새로운 단위가 눈과 손에 익지 않아 불편하다"면서도 앞으로 새로운 단위가 일반화되면 혼선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W에어컨 상계대리점을 운영하는 임영태(54) 씨는 "계량단위 시행에 맞춰 매장 내 모든 에어컨 제품의 용량 표시를 제곱미터(㎡)로 교체하면서 기존 평형 표시는 숫자만 써놓고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무엇보다도 제품을 팔아야 할 나부터 헷갈리고 있어 이런 방법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면서 "손님들에게도 아직은 평형을 기준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금.은 등 귀금속의 무게를 잴 때 '돈' 단위를 사용해왔던 금은방에서도 이날부터 모든 제품을 그램 단위로만 표기하자 손님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종로구 종로4가에서 J금은방을 운영하는 이만용(50) 씨는 "그동안 금반지 1돈을 주문하면 그램 수를 병기해왔지만 이제는 그램 수만 표기하고 '돈' 수는 표기하지 않고 있다"며 "손님들이 이상히 여겨 물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업자들은 저울로 무게를 달아 별 혼선이 없지만 기존 '돈' 단위에 익숙한 손님들이 제품을 주문할 때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며 "이제는 돌반지도 '1돈' 짜리가 아닌 '5g' 짜리로 만들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평' 단위로 아파트 넓이를 표시해왔던 부동산업계도 제곱미터 기준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불편함이 이어졌다.
일부 부동산중개사무소들은 매장 앞에 내걸어둔 임대.매매 매물정보에서 평형 단위로 표시된 아파트 넓이를 제곱미터 기준으로 교체하느라 분주했으며 또 다른 부동산사무소에서는 손님들에게 변경된 단위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B공인중개사무소 김모(50) 씨는 "수십 년 간 써왔던 아파트 평수를 제곱미터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표준 단위로 바꾸는 것은 찬성한다"며 "처음에는 다들 불편하고 혼란스럽겠지만 적응기가 지나면 훨씬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종로구 평창동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송해규(70) 씨는 "손님들이 제곱미터로 표시되는 넓이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기존의 평형 기준으로 아파트 넓이를 가늠하는 등 혼란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송씨는 이어 "정부는 세계적 추세를 따른다고 주장하나 미국은 아직도 마일, 파운드 등 비 국제규격을 사용하고 있다"며 "각 나라에서 수십, 수백 년 동안 써왔던 전통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척도로 통일하는 것만이 선진화는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시행되는 '법정계량단위 정착방안'에 따라 초기단속범위를 '평'과 '돈' 단위로, 우선 단속대상을 공공기관과 대기업으로 한정해 1개월간 단속과 홍보계도를 병행하는 한편, 제도정착 추이를 지켜보면서 재래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근', '관' 등 기타 단위로 단속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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