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3000여 명이 참가한 집회에서 경찰은 141개 중대 1만3000여 명을 동원해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 미국 대사관과 청와대 근처를 모두 막았다. 이로 인해 차도는 물론 근처 인도가 봉쇄되자 '과잉 대응'을 하는 경찰을 지켜보던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퇴근시간 경찰이 버스와 병력을 이용해 도심을 봉쇄한 광경은 "여러분은 지금 불법집회로 인해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이들의 '안내방송'을 무색케 했다.
또 경찰은 집회가 끝난 뒤 청와대로 행진하려던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며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 폭력 감시활동에 나섰던 인권단체 활동가를 포함해 4-5명의 참가자를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위현장을 취재중인 <민중의소리> 사진부 김 모 기자도 취재 도중 경찰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피를 흘리고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로 행진하려던 1000여 명은 지하철 안국역, 광화문사거리 등에서 경찰과 대치 끝에 8시 30분경 종로 보신각 앞에 모여 정리집회를 진행한 뒤 해산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2시경 혜화동 대학로와 종로 종묘공원에서 각각 열린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 진행했다.
"나라 팔아먹는 것이 불법인가, 2시간 집회가 불법인가?"
이날 광화문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정부는 금속노조 파업이 불법이고, 우리의 집회가 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불법이라 한다"며 "그러나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 불법인가, 여기서 2시간동안 앉아서 집회를 하는 것이 불법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정부는 범국본이 주최하는 모든 집회를 사실상 금지했으며, 이날 집회에서도 경찰은 불법집회라며 해산을 시도했다.
정광훈 대표는 "한미 FTA는 지금 4000만 국민 중 극히 일부만 찬성하고 있다"며 "한명은 노무현 대통령이고 삼성, 현대, 외교부 대표 같은 이들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여기 이렇게 반대를 하고 있는데 한미 FTA를 강행하는 정부는 대체 어디 나라 정부인가"라며 "한미 FTA를 반대하는 온 국민이 연대하자"고 주장했다.
대회사에 나선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노 대통령에게 묻는다"며 "IMF 시절 금속노동자가 겪었던 반의 반 정도의 고통이라도 겪어 봤나"라며 금속노조의 파업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노동당은 반드시 한미 FTA를 막아내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노무현 정권, 정책적·도덕적으로 완전히 파산"
범국본은 이날 결의문에서 "재협상은 없다고 큰소리치던 통상 관료들은 슬그머니 입장을 바꿔 미국의 요구대로 '받아쓰기'를 하는 수준으로 재협상까지 끝내버렸다"며 "한국인 같이 생긴 미국인들은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반대를 폭력적, 제도적으로 압살하면서, 내일(30일) 자신의 '사실상의 조국'으로 날아가 협정문 서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범국본은 "지난 1년6개월간 한미 FTA 협상 과정은 시작부터 끝까지 졸속으로 점철됐다"며 "협상 결과 뿐 아니라 추진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는 민중이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말했다.
범국본은 "협상의 결과와 '묻지마' 강행 과정은 임기말 한미 FTA에 목을 매단 노무현 정권이 정책적으로, 도덕적으로 완전히 파산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오만과 독선으로 이 나라의 미래를 미국에 저당 잡히고, 나라의 주권과 민중의 생존을 송두리째 팔아먹도록 마냥 내버려둘 수 없다"고 밝혔다.
농활 간 학생-농민 함께 FTA 반대 투쟁 참가 이날 오후 3시경 종묘공원에서 열린 '한미 FTA 체결 저지 농민·빈민·학생 결의대회'에는 30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주최 측은 이날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이번주부터 전국 곳곳에서 '농활'에 참가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농민이 함께 상경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충남 홍성에서 농활 도중 집회에 참석했다는 한 학생은 "직접 농촌에 가보니 농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평생 농사만 지어온 농민들에게는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FTA로 인해 농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정부의 말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 소리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충남 청양에서 온 한 농민회 간부는 "대학은 FTA의 무풍지대가 아니었나"라며 "FTA가 뭔지 몰랐던 학생들에게 짧은 시간 농촌의 현실을 알려주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집회 참석을 같이 하게 돼 뿌듯하다"고 밝혔다.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대학로에서부터 행진을 시작한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과 결합해 행진을 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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