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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회 공연 앞둔 <지하철 1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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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회 공연 앞둔 <지하철 1호선>

<김민기, 작가 루드비히 인터뷰> 2천회 공연 기념

‘아침이슬’과 ‘친구’의 작곡자로 유명한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자신의 대표작인 뮤지컬 <지하철1호선>의 원작자인 독일의 극작가 겸 연출가 폴커 루드비히(Volker Ludwig.66)씨와 25일 대학로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오는 11월에 있을 <지하철 1호선> 2천회 공연을 축하하는 의미로 오는 11월5일부터 나흘간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서 공연될 독일 ‘그립스’(Grips) 극단의 오리지널 <Linie 1>(1호선)팀 공연을 앞두고 극장 점검 차 내한한 루드비히씨는 현재 독일에서 셰익스피어나 브레히트의 작품보다도 자주 공연되는 인기 극작가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유럽의 ‘68세대’로 다양한 문화운동을 벌였고 70년대 후반부터는 뮤지컬과 아동극으로 눈을 돌려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무대화하는 그립스 극단을 창단해 세계적인 연출가로 명성을 얻었다.

<사진1>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문을 닫기 전에 한번 폭삭 망하더라도 좋은 작품을 올려보자는 각오로 시작한 공연이 2천회 공연을 하고 이를 기념하는 오리지널 작품의 서울공연까지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루드비히씨 역시 자신의 작품을 완벽하게 번안해 무대화해 독일보다 먼저 2천회 공연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울 김 대표에게 원작자로서 고마움을 거듭 표시했다.

두 사람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던 문화운동에서 최근‘아동극’으로 관심이 바뀌고 있는 이유에 대해 루드비히씨는 “어른들에게 권리가 침해되는 계층인 어린이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어느 날 주위를 보니 잘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세상을 걱정하고 자기들끼리만 떠드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정작 우리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준비가 없는 것 같아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인터뷰 중 이라크 파병과 관련, 전쟁 중인 두 나라 병사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점차 친구가 되는 내용의 <로빈슨과 크루소>라는 이탈리아 연극을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과 이라크 민병대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로 재구성 하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두 사람과 가진 인터뷰 전문

***김민기-루드비히 인터뷰**

프레시안 : <지하철1호선>을 2천회까지 공연하게 된 과정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김민기 : 91년에 처음 학전을 만들었는데 운영이 잘 되지 않아 ‘문을 닫기 전에 한번 폭삭 망하더라도 좋은 작품을 올려보자’는 각오로 <지하철1호선>을 준비했다. 당시에 인건비도 없어서 각색까지 여러 역할을 혼자 맡아야 했다. 그래도 초연에는 망했다.(웃음) 그 후 8번이나 내용을 고쳐가면서 1천회를 돌파했다. 그 기념으로 독일에 초청을 받고 가서 현지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웃음)

프레시안 : 각자 연출가로서 이 작품의 의의를 말한다면?
루드비히 : 이 작품이 초연될 당시 ‘서 베를린’은 동구를 향한 서구사회의 쇼윈도 같은 존재였다. 자본주의 사회의 도시생활에서 벌어지는 문제점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이런 공연이 만들어 지는 것을 정부가 달가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분단'과 서 베를린이라는 기억해야 할 한 시대를 그대로 담고 있어 통일 후에도 의상이나 내용에 큰 변화 없이 80년대라는 특이한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며 공연하고 있다.

김민기 : 70년대에 ‘탈춤’ 등 전통양식의 공연을 연구하다가 남사당의 ‘노장과장’을 기초로 ‘아구’라는 풍자극을 공연한 것이 ‘마당극’의 효시가 됐다.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닌 독특한 공연양식을 찾다가 유럽식의 ‘카바레’(풍자극)극인 이 작품을 독일문화원에서 우연히 비디오로 접하고 연출을 하게 됐다.
좀 더 이야기를 하자면 <지하철1호선>의 중국공연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했다. 지금 우리는 문화교류를 ‘한류’나 ‘콘텐츠 판매’로만 보는 시각이 많은데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진정한 문화교류가 필요함을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이 진정으로 고민하고 우리에게 알고 싶어 하는 것은 ‘한류’보다 더 깊은 것이다. 혁명을 성공한 나라로서 ‘혁명전에 억압받던 인민’에 대한 묘사만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이 작품의 풍자나 표현에 대한 지식인들의 관심이 깊었다.

<사진2>

***<지하철 1호선>은 IMF 직후 한국사회 묘사**

프레시안 : 두 공연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어떤 것인가?
루드비히 : 우선 연극의 결말만 해도 독일작품은 아이러니컬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반면 한국공연은 슬픈 비극이다. 하지만 지난 2001년 그립스 극장의 1천회 공연을 기념해 한국팀이 독일에 와서 공연을 했을 때 독일 관객들도 독일어 자막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웃는 대목에서 같이 웃었고, 슬퍼하는 대목에서 같이 슬퍼했다. 한국의 관객들도 독일의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비슷한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 공연하는 영어버전 공연도 있는데 내용에 대한 공감은 비슷하다.

김민기 : 독일에서 우리 공연을 본 사람들은 ‘한 씨앗에서 나와서 어떻게 저리 다른가’하며 의아해 하다가도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실은 두 공연이 같은 나무’라는 느낌을 가졌다고 했다. 홍콩과 중국에서의 공연을 할 때도 ‘대도시’와 ‘삶’이라는 문제를 다룬다는 보편성 때문에 공감하는 면이 큰 것 같았다.
다른 점은 원작이 80년대 동·서독이 분단된 시대상을 표현했다면 학전의 <지하철1호선>은 몇 차례의 수정을 거친 끝에 ‘IMF 사태’ 직후로 대변되는 90년대 후반의 사회상을 묘사한 점이다. 군부통치에 대한 격렬한 싸움은 끝났으나 지식인 내부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모색이 계속되고 있던 90년대의 혼동과 IMF 직후의 사회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남기고 싶다.

프레시안 : 원작자 입장에서 작품이 훼손되거나 의도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점은 없나?
루드비히 :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한국의 상황에 맞게 완벽하게 번안이 돼서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의 <지하철1호선>은 독일의 <Linie 1>과는 완전히 다른 버전의 작품이다. 원작은 현재 전 세계에서 공연이 되고 있지만 이 정도로 현지의 사회적 배경에 녹아든 작품은 없다. 몇몇 나라에서는 단순한 번역수준의 공연으로 인해 실패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공연은 김 대표의 노력과 열정으로 좋은 의미에서 원작과 다른 가치를 얻어냈다.

김민기 : 원작자가 서울에 와서 우리 공연을 처음 보던 날 ‘이제는 욕먹고 문을 닫는 일만 남았다’고 걱정했다가 ‘1천회 공연부터 판권사용료 지불을 영원히 면제 하겠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기뻤다. 나도 예전에 노래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서 아는 것이 남이 자기 작품을 뜯어 고치는 것은 정말 예술가에게 기분 나쁘고 싫은 일이다. 과분한 격려를 받아서 참 고맙다.

<사진3>

***“미래를 위한 진지한 준비가 없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왜 두 사람이 요즘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아동극’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동화의 환상이 인간을 평생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루드비히 : 독일에서도 아동극을 ‘동화’로만 여겼던 시절이 있다. 나도 8살 난 아들에게 자주 동화를 읽어 준다. 하지만 동화의 세계는 어린이 스스로가 그리고 상상하는 것이 어른들의 상상이 들어간 것 보다 다양하고 망가지지도 않는 것 같다.
요즘 어린이들은 6~7세 정도면 무대와 공연을 이해한다. 그들은 사회에서 가장 권익이 보장돼야 하는 계층이지만 현실은 어른들에게 다양한 압박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예전의 독일이 지닌 특수한 상황도 아동극을 선택하게 했다. 과거에 독일의 어린이는 ‘왜?’ 라고 어른들에게 질문하는 것도 두려워했다.
나는 공연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인간으로서 ‘자긍심’을 주고 싶었고 이제 독일 어린이들이 궁금한 것을 스스럼없이 ‘왜?’ 라고 물을 수 있게 된 것에 작은 도움이 된 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김민기 : 공감한다. 좀 더 덧붙이자면 어느 날 주위를 보니 잘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세상을 걱정하고 자기들끼리만 떠드는 것을 알게 됐다. 정작 우리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준비가 없는 것 같았다.
요즘 아동극 공부하는 차원에서 동화를 읽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국내에서 창작된 몇몇 작품에서 어른들이 원하는 ‘훌륭한 선생님’상을 아이들에게 교묘하게 주입하고 있었다. 이는 아이들에게 자기들이 원하는 ‘훌륭한 지도자’나 ‘교사’에 대한 암시를 자꾸 주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나 루드비히씨의 작품을 보면 그런 책을 만드는 쪽에서는 열 받을 거다. ‘선생님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이상하면 질문을 해야 한다’는 식이니 말이다.(웃음)
아동극에서 현실을 다루는 문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좀 더 예를 들자면 요즘 많은 6~7세 어린이가 부모의 이혼으로 고민과 고통을 받는다. 아이들도 현실의 문제가 쌓여 있고 누군가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루드비히, 70년대에 ‘공산주의 선동가’로 비난 받아**

프레시안 : 김 대표는 이라크 전을 소재로 한 공연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김민기 : 아동극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내년부터 외국의 우수한 청소년 극을 10편정도 들여올 계획인데 그중에 <로빈슨과 크루소>라는 이탈리아 작품이 있다. 내용은 전쟁 중인 두 나라 병사가 홍수로 지붕위에 올라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친구가 되고 함께 섬(지붕)을 떠나는 내용이다.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과 이라크 민병대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로 하면 어떨까 하고 구상하는 중이다. 내년에는 관객들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 : 두 연출가의 삶의 행보에도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루드비히 : 독일의 보수정당인 CDU(기민당)는 70년대에 나를 ‘공산주의 선동가’로 비난했고 내 작품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교사들에게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옆에서 ‘전교조 문제인 것 같다’며 웃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극단이 있는 베를린 지방이 전통적으로 SPD(사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고 내가 막 활동을 시작 할 무렵에 시장이 '빌리 브란트'였기 때문에 다양하게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김민기 : 처음 만난서 깜짝 놀랐다. 루드비히씨가 독일에서 활동한 길을 서울에서 내가 거의 비슷하게 밟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쪽은 공산당으로 몰리고 한쪽은 아무 활동도 못하게 해서 10년간 묶여 있고……. 우리 두 사람이 비슷한 점이 많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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