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10명 가운데 7명은 한국군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대해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대다수 메이저 보수신문들이 '파병 불가피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되는 것이어서, 메이저신문의 상층부가 그릇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기자 68.5%, 파병 반대**
이같은 결과는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의 신문·방송·통신사 기자 2백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설문 조사에서 밝혀졌다.
<사진>
기자들은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요청한 것에 대해 대부분은 반대(68.5%)를 표명했고 '찬성한다'는 응답은 26.0%에 머물렀다.
파병에 반대한 기자들 가운데 ‘유엔이 파병에 동의할 경우’에는 34.7%가 '찬성한다'고 대답했으나 '반대한다'는 기자가 63.7%로 역시 파병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기자들은 파병반대 이유로 '명분없는 전쟁'(75.2%)을 첫째로 꼽았으며 '파병에 따른 인명피해'(15.1%), 아랍국가와 관계 악화(7.0%)등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에 파병을 지지한 기자들은 '경제적 이득'(41.2%)과 '미국과의 관계'(32.2%), '국제사회에서의 지위상승'(22.8%)등을 파병에 이유로 들었다.
***메이저신문 논조는 '파병 불가피'**
이같은 대다수 기자들의 '파병 반대' 여론과는 정반대로 메이저 보수신문들은 노골적으로 파병 불가피론을 펼치기 시작해 주목된다.
중앙일보의 부사장급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는 24일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칼럼을 통해 "지금 정부가 할 일은 한-미 동맹관계의 정신에 따라 파병을 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한국군의 주둔지역과 파병 규모를 흥정하는 것"이라며 공개리에 파병 찬성 주장을 폈다.
"노무현 정부의 선택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은 미국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몇천명 규모의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 파병의조건을 단다는 것도 국민설득을 위한 정치적인 수사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알맹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한-미동맹관계의 정신에 따라 파병을 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한국군의 주둔지역과 파병 규모를 흥정하는 것이다. 파병의 조건보다는 파병을 주한미군 재배치에 관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영희 대기자는 이같은 주장을 펴면서도 이번 파병의 명분 부재에 따른 스스로의 혼란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라크 사태안정에 최대의 걸림돌은 이라크 전쟁의 전리품을 독점하겠다는 미국의 한도 끝도 없는 욕심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이라크 사태의 핵심적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런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노력을 배제한 채 '패배주의적 현실론'에 안주해 파병을 촉구했다.
***"메이저언론 상층부의 맹목적 미국 추종주의가 문제"**
특히 그는 유인태 정무수석의 파병반대 발언과 관련, 유수석을 '국제음치'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리가 입싸게도 파병 반대의 의견을 말한 것은 간데없는 국제음치의 행태 그것이다. '그대가 국제정치를 아는가. 한-미관계를 아는가'라고 묻고 싶다. 파병반대의 목소리는 당분간 여론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파병 협상에 도움이 된다."
이같은 김영희 대기자의 앞뒤 모순된 칼럼을 본 한 기자는 "이라크전의 최대 걸림돌이 미국의 한도 끝도 없는 욕심때문이라고 정확하게 갈파한 김영희 대기자가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밝히지도 않고 무조건 파병 찬성론을 펴면서 유수석에게 '국제정치를 아는가'라고 질타한 것은 더없는 자기모순"이라며 "그의 표현을 빌어 '과연 김영희 대기자는 국제정치를 아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중앙일보뿐 아니라 대다수 메이저신문의 공통된 문제는 상층부가 무조건 미국말을 따라야 한다는 맹목적 추종주의에 젖어있다는 점"이라고 개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