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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에 범죄는 있어도 경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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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쩐의 전쟁'에 범죄는 있어도 경찰은 없다"

민노당, 불법 대부업체 '불성실 수사' 사례 공개

드라마 '쩐의 전쟁' 시청자들은 대개 불법 대부업자들의 잔인한 행태에 몸을 떤다. 그리고 언론 보도를 통해 드라마 속 상황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이런 상황이 법에 어긋나는 범죄 행위라는 점을 알고 놀란다. 이런 충격은 대부업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과 대부업 광고를 거액의 수익을 올린 방송사에 대한 사회적 분노로 이어졌다.
  
  드라마에선 "경찰 부르겠다" 항의로 끝. 그러나 현실에선?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이처럼 범죄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실제로 드라마에서도 고리대, 불법 추심, 폭행, 무단침입 등 온갖 범죄 행위가 등장하지만 막상 경찰은 나오지 않는다. 지난 13일 방송분에서처럼 사채업자의 불법추심에 여주인공의 아버지(박인환 분)가 "경찰을 부르겠다"고 항의하는 장면 정도가 고작이다. 이날 방송된 드라마에서 사채업자는 '경찰'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냥 되돌아갔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불법 대부업체들의 범죄 행위 앞에서 "경찰을 부르겠다"는 항의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14일 배포한 자료대로라면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이날 "드라마 '쩐의 전쟁'에 경찰은 어디 갔나"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불법 대부업체의 범죄 행위에 대해 경찰이 무능하거나 게으른 태도를 취한 사례를 여러 유형으로 나눠 소개했다. 이날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불법 행위에 따른 피해가 발생해도 담당 경찰이 관련 법규를 잘 몰라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관계자는 "사법기관이 대부업체와 사채업자의 고리대 단속에 무능한 이유는 대부시장에 대한 감독체계가 전문성과 인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이라며 "금융감독위원회가 직접 대부업체의 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금융감독당국 중심의 대부업 관리·감독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부업체의 불법 행위 방조한 경찰은 직무 유기에 해당"
  
  그리고 이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경찰공무원의 직무 중에는 '범죄행위의 제지'가 포함되며, 나아가 범죄행위로 인해 생명, 신체, 재산상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범죄 발생 전에라도 예방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며 "대부업체에 피해를 입은 시민은 출동한 경찰에게 범죄행위의 제지·예방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채무자가 불법추심을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한 상황에서, 범죄 행위가 몇 시간째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이 정당한 이유없이 공권력의 발동을 하지 않아 채무자에 대한 위해 및 영업방해가 계속됐다면 이 경찰은 직무수행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형법 제122조의 직무 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14일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소개한 사례들이다.
  
  대부금리 계산도 못 하는 경찰 "피해자가 알아서 계산하라"
  
  서울 중랑구에 사는 박희연 씨(가명)는 지난 2006년 일수업자로부터 500만 원을 대출받기로 하고, 선이자 100만 원을 제한 뒤 100일 동안 3만8500원씩 갚기로 했다.
  
  하지만 박 씨는 지나친 이자와 거듭되는 불법추심을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박 씨는 올해 경찰서를 찾아갔으나, 담당자는 "이자율 위반의 근거가 없다"며 금리계산을 직접 해오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의 계산법에 따르면 박씨의 대부금리는 연163.3%로 대부업법의 이자제한(연66%) 규정에 위반되며, 일수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져야 한다. 박 씨가 만났던 경찰은 이런 규정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이다.
  
  대부업법 모르는 채 사채업자 상대하는 경찰
  
  서울 중랑구에 사는 이송임 씨(가명)는 민노당을 통해 '나 홀로' 개인파산을 신청한 경우다. 딸과 함께 사채를 쓴 이 씨는 지난 2006년 9월 민노당으로 전화해 "추심원이 새벽부터 정오까지 모녀 단 둘만 있는 집앞을 지키고 있고, 아침에는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려 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상근자가 이 씨에게 경찰에 신고하도록 권하고, 현장에 찾아갔다. 피해자들이 불법추심을 신고해도 경찰이 미온적인 대처를 한 경우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출동한 경찰은 대부업체 직원의 이야기를 듣더니 "채권채무관계는 사적인 관계이니 당사자들이 잘 해결하라"고 말했다.
  
  사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위협행위 등은 불법 채권추심이고 3년 이하의 징역 내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 범죄이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은 위법사항에 대해 잘 몰랐다.
  
  결국 이 씨는 지구대를 경유해 경찰서까지 찾아가서야 고소를 마칠 수 있었다.
  
  생명 위협에 "알아서 하라"며 되돌아간 경찰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석준 씨(가명)는 사채를 빌린 후 갚지 못해 온갖 협박 및 폭언에 시달렸다. 2004년 8월 이 씨의 집에 찾아 온 사채업자는 동료에게 "차에서 칼을 가져오라"며, 안 갚으면 집에서 내쫓고 사채업자 본인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만약에 경찰에 신고하면 밤길에 야구방망이로 뒤통수를 쳐서 아무도 모르게 저 세상으로 가게 하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연행 근거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 경찰이 돌아간 뒤 사채업자는 이 씨 가족을 더 험하게 협박했고, 이 씨는 다시 경찰을 불렀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에도 "개인간 채무관계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며 당부한 뒤 돌아갔다.
  
  집 뺏기고 가족이 죽어도 성의 없는 수사만
  
  경기도 오산시에 사는 송민수 씨(가명)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중 2003년 10월 한 대부업체에서 1000만 원을 빌려 다른 빚을 갚았다.
  
  당시 송 씨는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으며, 대부업자는 틈만 나면 전액 변제를 요구하며 부친 명의의 부동산에 가등기 또는 근저당을 계속 설정했다.
  
  나중에는 인감을 도용하고 서류를 위조해 부친 명의로 1억9000만 원의 차용증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부친의 부동산에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충격을 받은 송 씨의 부친은 2007년 2월 사망했으며, 송 씨는 대부업자를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 확보의 어려움' 등의 이유를 들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결국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고,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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