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업계가 "한국은 스크린 쿼터를 절반으로 줄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미영화협회, "한국 스크린쿼터 절반으로 줄여야"**
한미재계회의의 조석래 한국측 회장은 23일 워싱턴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뒤 한국기자들에게 "미국 영화업계의 대표가 회의에 게스트로 참석해 미국은 한국의 스크린 쿼터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축소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에 따르면, 미국영화협회(MPAA)의 보니 리처드슨 부회장은 워싱턴의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해 "어느 나라나 고유한 전통문화가 있는데 스크린쿼터를 완전히 없애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 뒤 "현재 40%인 스크린쿼터를 20% 정도로 축소하면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재계회의는 이날 폐막하면서 ‘한미상호투자협정의 중요성에 관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스크린 쿼터 문제가 이 협정 체결에 주요 장애물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양측 참석자들은 이 문제에 관해 한미 양측이 이견에 대해 창의적인 접근을 추구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영화계, "한국재계가 미국 대변인이냐"**
리처드슨 부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연히 국내 영화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영화관계자는 “다자간 무역협상에서도 문화부분은 예외로 인정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으로 되어 있는데 미국 영화업자들의 이익단체인 MPAA가 남의 문화정책을 왈가왈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용인한 한국측 관계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영화업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빌미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태도가 앞으로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의 관계자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마다 우려되는 것은 언제부턴가 미국 영화업자들의 입장을 한국측 대표들이 대변인처럼 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전해지는 보도에 따르면 우리 측 대표 중 하나인 전경련의 손모 고문은 아예 우리 영화를 압박하기로 작정한 것 같은데 차라리 철저한 '친미 코미디'를 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마치 미국과의 투자협정이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인양 일부 보수언론이 나서고 있는데 세계 10대 무역대국 중에 내정간섭을 포함해서 그런 불합리한 조약을 체결한 나라가 있으면 우리 단체로 직접 통보를 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7월30일 미국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스크린쿼터는 "국제무역협상에서도 문화적 예외로 인정받고 있는 제도로, 문화주권과 문화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우리 정부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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