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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 하겠다고요? 다른 일이 낫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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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 하겠다고요? 다른 일이 낫겠네요"

[범국본 FTA분석⑦] 스크린쿼터 축소에 독과점도 못 막아

"우리 영화인들의 절규와 국민들의 반대를 억누르고 노무현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했다. 그들은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축소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들의 거짓말과 달리 한국영화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즉각 말을 바꿔 '한국 영화계 내부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에 가장 먼저 FTA의 '영향'을 받았던 부문은 영화산업이었다. 당시 정부는 "한미 FTA와 상관없다"면서 146일이었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73일로 대폭 축소했다. 그러나 결국 이는 한미 FTA 협상을 위한 4대 선결조건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정부는 최종 협정문에서 스크린쿼터를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지난해 7월 스크린쿼터가 축소된지 1년 가량이 지난 지금, 영화인들은 벌써부터 그 충격을 뼛속까지 체감하고 있다. 8일 서울 충무로 싸이더스FNH 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스크린쿼터 문화연대) 기자회견에서는 지난달 25일 공개된 한미 FTA 협정문의 문제점과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 실상을 토로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제작편수는 절반, 점유율은 10% '뚝'
▲ ⓒ프레시안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는 스크린쿼터의 축소가 곧바로 투자위축 및 제작축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108편의 한국영화가 제작된 것에 비해 올해 예측되는 제작편수는 그 절반 정도다.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점유율의 급락도 만만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 1/4분기 한국영화 점유율 48.9%다. 지난해 같은 기간 61.6%에 비해 13% 포인트 가량 떨어진 것이다. 반면 미국영화의 점유율은 지난해 26.4%에서 43.2%로 뛰어올랐다.

이런 상황은 미국영화의 '도약'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최근 <스파이더맨3>가 816개 스크린을 장악해 스크린 최다 점유 기록을 갱신한 데 이어 <캐리비안의 해적3>는 912개의 스크린을 장악해 또 한번 기록을 갱신했다. <슈렉3> 역시 <스파이더맨3>가 세웠던 '개봉 첫날 흥행 기록'을 갱신했다.

영화상영 신고의무가 면제되면서 한 상영관에서 두 편 이상의 영화를 번갈아 보여주는 '교차상영'이 더욱 자유로워진 점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과 맞물려 한국영화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극장가에서는 한국영화 상영 횟수를 줄이고 대신 흥행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황금시간대에 끼워넣은 뒤 기존 영화는 1~2주 만에 종영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애초 신고의무 대신 도입됐던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전산망에서는 '교차상영'이 한국영화 상영으로 기록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스크린쿼터 축소로 한국영화가 입은 피해의 부담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의 피해를 만회하고자 마련했다는 영화발전기금 중 2000억 원은 극장 입장료의 일부를 거둬 충당할 계획이다. 입장료 인상과 무관하다는 정부의 애초 발표와는 달리 기금 징수는 곧 입장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정부 지원 계획도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던 멕시코의 사례를 보면 불확실하다. 멕시코는 2003년에 영화계 인사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나서서 영화관람료 중 1페소 씩을 걷어 국산영화 지원기금으로 쓰자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의 압력으로 실패했었다.

"우린 망했다"고 말하는 현장

장동찬 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제작가협회에 소속된 28개의 회원사들의 올해 제작편수는 작년의 25% 수준인 6편"이라며 "협회 역사상 최악의 제작편수"라고 밝혔다. 그는 "올 한 해 앞으로 진행될 영화도 10편이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송상훈 전국연극영상과학생회연합 대표는 "실제로 많은 연극영화과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 원인은 누가 봐도 스크린쿼터 축소에 있다"고 밝혔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최재욱 위원장은 "현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며 "현재 학생들이 현장에 들어올 수 있는 문은 사실상 닫혀 있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나을 정도"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작년에 비해 작업량이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투잡'을 하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조합원들에게 탈퇴 사유를 물으면 임금 체불이나 회사문제가 아니라 아예 '전 영화 안 합니다'라면서 노조를 떠난다"며 "현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우리는 망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의 양기환 대변인은 "우린 NAFTA 이후 1994년부터 해마다 5%씩 스크린쿼터를 줄여 1998년 완전히 폐지한 멕시코 사례를 주목한다"고 밝혔다.

"독과점 규제도 불가능"…멀티플렉스 못 막는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는 "그동안 스크린쿼터 문제만 알려져 왔지만 지난달 공개된 협정문은 FTA가 영화산업 전반의 독과점 규제도 불가능하게 만들거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협정문 중 서비스 분야를 다룬 12장에는 "서비스 공급자의 수 등에 대한 제한을 부과하는 조치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지난해 독과점 문제에 대한 해결방편으로 멀티플렉스 규제 등을 담아 발의한 '영화 진흥법 개정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 "스크린쿼터 축소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부당한 과정을 파헤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광위는 한덕수 부총리, 김종훈 FTA 수석대표 등을 비롯해 한미 FTA를 주도했던 주요 인사들의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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