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계와 재계에 또다시 '마이클 무어' 경계령이 내렸다. 미 의료업계와 의료보험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그의 신작 다큐멘터리 <시코>의 개봉이 이번달 말(29일)로 다가오면서, 마이클 무어가 최근 각종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및 방송출연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어는 영화홍보를 위해 5일 '오프라 윈프리쇼'를 시작으로 '데이비드 레터맨쇼', '레이 레노쇼' 등 인기 토크쇼에 집중적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의료체제 개혁을 위한 청문회에도 출두할 예정으로 있다. 오는 12일에는 캘리포니아주정부 청사앞에서 간호사단체회원들과 함께 의료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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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 ⓒ프레시안무비 |
<볼링 포 컬럼바인>, <화씨 9.11>때와 마찬가지로 무어가 이처럼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면서 정계, 재계, 의학계 등을 향해 가차없는 비판을 쏟아내자 관련인사들이 긴장하며 향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비즈니스위크 등이 최근 보도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비경쟁부문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시코>는 미국의 의료보험체제가 수익을 위해 미국 국민들의 건강을 사실상 도외시하고 있음을 고발하는 영화다. 무어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5천만 명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화는 보험체제 밖에 있는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터무니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어는 병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비를 받지 못하는 환자의 기막힌 사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죽어가는 아이의 이야기 등을 통해 오늘날 미국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의료보험체제를 개혁하지 못하고 보험회사, 제약회사의 로비에 굴복했던 클린턴 전 행정부의 무능도 무어 감독의 비판 대상들 중 하나다. 무어 감독은 미국인들이라면 지극히 상식적으로 갖고 있는 의문점에서 출발해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미국의 국민들이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런 낮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는가. 그는 다른나라와의 비교를 위해 캐나다와 쿠바를 방문한다. 특히 9.11테러 구조작업때 다친 후유증으로 여전히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는 직접 쿠바를 방문, 빈곤한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지 의료진과 의료체제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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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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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 1인당 연간 의료지출비는 6,096달러. 쿠바는 1인당 230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두나라의 평균 수명은 77세로 비슷하며, 쿠바의 유아사망률은 미국보다도 훨씬 낮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카스트로 혁명의 최대 업적으로 의료교육을 꼽았을 정도다. 카스트로는 혁명정부 초기때부터 전국민 무료 의료서비스 체제 구축을 강조, 의과대학을 집중 육성하고 의료인들을 정부장학금으로 소련과 동유럽에 유학시켰었다. 물론 최근들어서는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기초적인 의약품 고갈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쨌든 마이클 무어 감독은 <시코>에서 쿠바와 캐나다가 미국보다 선진적인 의료보험체제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비수교국인데다가 경제제재 대상국인 쿠바를 허가없이 방문했다는 이유로 칸영화제 개최 직전 정부로부터 조사를 받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시코>의 개봉이 현행 의료체제에 대한 비판여론을 형성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의료체제의 문제점을 일제히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코>의 개봉시점은 이보다 더 맞아떨어질 수가 없을 정도다. 무어 감독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미국인치고 한번쯤 보험회사와 마찰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지금 미국사회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바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의료체제의 개혁바람을 본격적으로 일으키겠다는 것이 무어의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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