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영화협회가 지난 5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를 개최해 주목할 만한 장편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독립영화협회의 이 행사는 완성은 됐으나 배급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장편 독립영화들 중 우수작을 선정해 영화상영과 함께 제작보고회와 관객과의 대화 등을 치르는 등 독립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사이에서>, <후회하지 않아>, <우리학교> 등의 작품들이 시장에서 일정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독립영화의 경우 여전히 배급과 유통 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이 사실. 행사의 첫 상영작으로, 양해훈 감독의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선정됐으며 지난 5월 31일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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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프레시안무비 |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영화진흥위원회 사전제작지원작으로, 약 3,6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84분짜리 초저예산 HD 영화다. 올해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인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평론가상과 함께 CGV 개봉지원상을 수상함으로써 일반 극장에서의 개봉에 조금 더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한 뒤 방안에서 나오지 않은 채 인터텟 채팅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던 주인공이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세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동창과 다시 얽히면서 겪게 되는 뜻밖의 사건들을 그린 내용. 함께 상영된 양해훈 감독의 단편 <친애하는 로제타>는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올해 칸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에 초청됐던 10분짜리 작품이기도 하다. 양해훈 감독은 이밖에도 <바람>(2003), <견딜 수 없는 것>(2004), <실종자(들)>(2005) 등의 작품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아왔던 인물이다. 영화상영 뒤에 곧바로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는 이 영화의 제작을 맡았던 김일권 프로듀서와 영화평론가 남다은 씨, 양해훈 감독, 정희성 촬영감독, 그리고 주연배우 임지규 등이 참석해 관객들과 함께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자연스러웠던 비결에 대해, 양해훈 감독은 모든 씬을 무조건 롱테이크로 찍으며 배우들을 따라잡는 일종의 다이렉트 무비 혹은 시네마 베리테 방식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둡다는 질문에 대해 양 감독은 여건이 더 좋아졌더라도 최소한의 조명(일명 로 라이트 Low Light)만을 사용한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여성의 몸을 다루는 시선이 다소 폭력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양해훈 감독은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을 안락한 의자에서 편안히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로 응수하기도 했다. 양해훈 감독은 또 "저예산이기 때문에 많은 한계가 생기지만 한편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창조적인 순간을 만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올 하반기쯤 일반 극장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의 다음 상영은 6월 말 예정으로 아직 상영작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관객 참가는 인디스토리 카페(http://cafe.naver.com/indiestory1998)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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