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 최초로 파이넥스 공장을 30일 준공했다고 한다. 100년간 사용해 온 기존 용광로 기법을 넘어선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제조업의 승리라고 한다. 친환경적 선도기술을 우리 손으로 선보인 만큼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신문의 실린, 쇳물이 쏟아져 나오는 사진을 보며 한 늙은 노동자가 생각난다. 그는 포항에서 태어나 젊어서 원양어선을 탔고, 나이 들어서 건설노동자로 일했다. 2006년 7월16일, 포항 형산강 로터리 앞 집회에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인해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간 하중근 열사가 생각이 난다.
그가 만들던 공장이, 건설 노동자들이 지난 여름 파업투쟁을 하며 건설공정을 지연시킨, 그 공장이 파이넥스 공장이다. 제조업의 쾌거는 사실, 한 노동자의 죽음과 건설노동자들의 피땀을 딛고 만들어졌다.
지난 여름 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은 주5일제를 요구하며 2006년 7월1일부터 파업투쟁을 시작했다. 당시 건설노동자들의 교섭상대인 전문건설협회는 원청인 포스코가 책정한 도급액 때문에 토요 유급휴일은 어렵다고 했다고 했다.
포스코의 건설 도급액은 IMF 이후 계속 낮아졌다. 포스코 건설현장 설계(設計)가 대비 발주(發注)액이 1998년 이전에는 95%였으나 매년 낮아져 2006년의 경우 73%로 낮아졌다. 포스코의 계산 속에는 '노가다'들의 토요 유급휴일 비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건설 노동자들은 포스코 본사로 몰려갔고, 집회를 해산시키는 경찰에 밀려 본사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7월13일 본사 점거 농성은 '국가기간시설을 점거한 폭도'로 몰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중근 열사는 그해 7월16일, 포스코 점거 노동자에 대한 경찰력 투입에 항의하며, 형산강 로타리 앞에서 집회를 하던 와중에 '둥글고 무거운 물체'에 머리를 맞아서 뇌사상태에 빠졌다.
시민단체들은 그 둥글고 무거운 물체가 경찰 소화기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의 머리에는 경찰 방패로 추정되는 날카로운 물체에 찍힌 상처가 다수 있었다. 당시 부검결과를 보면 손발에 상처가 없는 것으로 보아 반항도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구타를 당하며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 후로 17일을 병원에서 버텼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갔다. 여전히 그를 죽인 자가 누구인지, 정확한 사인이 무엇인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포항 대보면 어촌 마을에서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수산고등학교를 졸업해 원양어선을 탔고, 작은 배를 가지고 문어통발 어업을 하다가, 건설현장 제관 노동자로 일하다 죽은 그는 평생 가난했다.
하중근 열사의 죽기 전 마지막 거처는 포항 시내의 한 여관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월세살이를 했다. 그는 숙련된 제관 노동자였지만 포스코는 그를 그저 '노가다'로 대했다.
포항 건설노동자들의 나이는 평균적으로 50대 중반이다. 그들은 건설노동자로 살면서 단 하루도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살아보지 못했다.
본사점거의 내홍을 겪은 포스코의 이후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포스코는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안정된 고용을 제공하는 해법을 찾지 않았다. 오히려 포스코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범 포스코 무파업·무교섭 선언'을 선포했다.
교섭은 노동조합의 당연한 권리이며, 파업 역시 그렇다. 포스코는 노동자들의 저항의 이유를 귀담아 듣기보다 '무분규 선언'을 통해 봉합하려 했다.
이런 현실은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단편이다. 기업은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개척하며 이윤을 향해 질주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노가다로, 파리 목숨 처지로 몰려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무한 경쟁의 실제 동력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노동자의 피눈물이다. 한미 FTA로 더 강화될 신자유주의의 철옹성, 그 미래가 두렵기에 우리는 오늘 투쟁해야 한다.
포스코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질 좋은 철만이 아니다. 양질의 고용조건 역시 국가기간산업인 포스코가 만들어야 할 과제다. 파이넥스 공장 준공을 한마음으로 축하하기 어렵다.
파이넥스 공장에선 첨단기술과 함께 비정규 노동자의 피눈물이 쇳물 속에 함께 녹아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포스코의 쾌거를 축하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하중근 열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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