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국제영화제어서 돌아온 <밀양>의 이창동 감독, 주연배우 전도연, 송강호가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열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취재진을 위해 칸에서 받아온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기도 한 전도연은 지금까지도 마치 수상이 믿겨지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창동 감독과 송강호 역시 아직 피로가 가지 않은 얼굴임에도 연신 웃음을 띄며 기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아무래도 전도연이 상을 수상한 만큼 기자들의 질문은 주로 전도연에게 집중되었고, 수상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전도연은 "수상을 한 후,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그저 멍할 뿐 아무 생각이 안 났다"며 기쁨을 표현했고, <밀양> 개봉 당시 영화제에 가 있느라 무대인사 등의 행사를 못한 만큼 앞으로 일정을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드스타' '해외합작영화 진출' 등을 언급하는 기자들의 다소 호들갑스러운 질문에도 침착함과 미소를 잃지 않고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들은 말이 '월드스타'란 말이었지만 나에겐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연기파 배우답게 자신은 한국에서 아직 할 것이 많고 어떤 종류의 영화이든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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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가진 <밀양>의 이창동 감독, 배우 전도연, 송강호 ⓒ프레시안무비 김숙현 기자 |
처음엔 자신이 없어서 <밀양>의 신애 역을 거절하기도 했지만 이창동 감독이 들려준 이런저런 이야기에서 신애의 상황과 감정을 느끼며 "고통의 끝을 경험해보고 싶어" 신애 역을 결국 수락했다는 전도연은, 영화제의 심사위원 중 전도연 이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칸 여우주연상 수상자였던 장만옥이 심사위원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수상 가능성을 예상하기보다는 그저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 영화도 많이 챙겨봤는데 이제 그 사람이 나의 영화를 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였다"고 수줍게 말했다. 칸영화제의 관례를 따라 수상자로서 심사위원들과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장만옥에게 팬이라 밝히며 언젠가 서울에 오게 되면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고. 이창동 감독은 배우 전도연에 대해 '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정해진 그릇에 담기 어려운 배우'라며 "진폭이 큰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고 한껏 칭찬했다. 오래 전부터 친하게 지낸 후배지만 작업은 처음이었다는 송강호 역시 전도연을 일컬어 "고정된 관념을 넘어서서 무서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겁나는 배우고 내가 항상 혼났다"며 우스갯소리를 섞어 그녀의 연기를 추켜세웠다. 한편 이 자리에서 이창동 감독에게는 주로 연기 연출에 대한 부분과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입장에서 현재 한국영화 산업을 보는 관점 등에 대해, 송강호에게는 현재의 한국영화 위기론과 해외에서 보는 한국영화의 위상에 관한 질문들이 집중됐다. 이창동 감독은 만드는 사람들이 보다 도전적이고 모험적이어야 한다며, 젊은 영화인들이 이런 때일수록 더욱 도전적 창조정신을 발휘해야 하며 이러한 도전성을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캐러비안 해적 3>를 제치면 국제적인 뉴스가 될 테니 그 기회에 헐리웃에 진출해서 <캐러비안 해적 4>를 만들고 영어를 못하는 송강호는 벙어리 해적으로 캐스팅하라"고 했다는 지인의 농담을 전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창동 감독은 머릿속에서 천천히 자라 자신에게 말을 걸 때까지 놔두고 지켜보겠다며 차기작 연출에 대해 여유로운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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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가진 <밀양>의 이창동 감독, 배우 전도연, 송강호 ⓒ프레시안무비 김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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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운 질문이 오늘따라 모두 내게로 온다"며 너스레를 떤 송강호는 "많이 위축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거품이 가라앉고 내실있는 영화산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보다 희망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또한 작년 <괴물>이 칸영화제의 감독 주간에 초청된 만큼 자신은 이번에 처음 칸영화제에 갔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었다며, "한국영화 산업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와 시선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기자회견장에는 홍콩에서 온 기자가 액센트는 약간 어색하지만 막힘없는 한국말로 해외진출 계획에 좋아하는 홍콩 배우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소통하기가 그리 쉬운 영화는 아니지만, <밀양>을 통해 마음으로 뜻으로 보다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한 이창동 감독은, <밀양>의 수상이 쓰나미 급으로 밀려오는 외화들에 한국영화가 좌초되지 않고 힘을 다시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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