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9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1962년 부일장학회 헌납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 부산지부가 국가재건최고회의 승인에 따라 강제 헌납토록 한 것이 맞다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중정의 수사권은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범죄에만 한정돼 있는데 이와 상관없는 김지태를 구속수사한 것은 권한남용에 해당된다"며 "구속재판을 받고 있어 궁박한 처지에 있는 김 씨에게 부일장학회 기본재산 토지 10여만 평과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등 언론 3사를 국가에 헌납할 것을 강요한 것은 개인의 의사결정권 및 재산침해 행위"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언론3사를 헌납하게 한 것은 언론기관의 존립근거인 공공성과 중립성 등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진실화해위는 "김지태가 강압에 의해 헌납한 재산은 국가의 공식적 절차를 밟지 않고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의 지시에 따라 5.16장학회의 기본재산으로 출연됐고, 헌납재산의 소유명의는 국유재산법 등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5.16장학회로 이전됐다"며 "5.16장학회의 명칭이 바뀐 정수장학회는 헌납주식을 국가에 원상회복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국가는 수사권이 없는 중정의 강요에 의해 발생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일장학회의 재산권 및 김지태의 재산권을 침해한 점을 사과하고 재산을 반환하는 한편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화해를 위한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김지태가 헌납한 토지는 부일장학회에 반환하고, 반환이 어려울 경우 손해를 배상하라"며 "부일장학회가 이미 해체됐기 때문에 공익목적의 재단법인을 설립해 그 재단에 돌려주는게 좋겠다"고 밝혔다.
또 "헌납한 주식도 돌려줘야 하는데 정수장학회가 이 주식을 국가에 반환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김지태 씨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정수장학회가 특정집단이나 개인에 의해 운영되고 언론사 주식을 정수재단의 경비조달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공익성에 반하기 때문에 국가는 이를 시정하는 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故) 김지태 씨의 차남 영우(65) 씨는 지난해 1월 27일 "1962년 박정희 정권이 아버지를 국내재산도피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한 뒤 처벌을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부일장학회와 아버지 소유의 땅 10만 평, 부산일보 등 언론 3사를 강제로 헌납시켰다"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부일장학회 헌납사건에 대해 작년 12월 5일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고, 지난달 3일과 17일, 이달 15일, 29일 등 4차례나 전원위원회에 상정한 끝에 의견조율을 거쳐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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