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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기다리다 한 못 풀고 벌써 13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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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기다리다 한 못 풀고 벌써 13명 사망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신청자 30%가 70대 이상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태어난 사람이 현재 58세. 6.25 전쟁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 만한 나이를 12~13세로 가정한다면 이들은 현재 70세 안팎이 돼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인의 평균연령이 남자 75세, 여자 82세. 이를 감안하면 6.25를 기억하는 세대는 이제 5~10년 안에 사라지게 된다.

21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진실화해위)의 발표에 따르면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사람들 중 70세 이상이 전체 신청인의 3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밝혀져 진실규명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청인 중 13명은 신청 후 진실규명을 기다리다 최근 운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로 가면 수많은 피해자들이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억울함도 결국 그대로 땅에 묻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진실규명 신청인 1만860명 중 90대가 24명(0.2%), 80대가 530명(4.9%), 70대가 2612명(24.1%)으로 70대 이상이 전체의 29.2%를 차지했다. 60대도 4591명(42.3%)이어서 60대 이상이 전체의 71.5%나 됐다. 사망자 13명 중에는 70대 이상이 9명이었다.
▲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신청자 연령대별 분포.

진실화해위는 "신청인 중 사건 당사자나 목격자 대부분이 고령자이고, 가해자와 참고인 역시 병환을 앓고 있는 고령자가 많은데다 오래 전 일이어서 조사가 늦어질 경우 사건에 대한 구체적 증언을 받기 어렵고 자료가 소실될 위험도 크다"며 "인력증원을 통해 조사를 시급히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풀지 못한 역사적 진실들 땅 속으로"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50년 7월 10일 청원·진천 일대 보도연맹원들이 퇴각하는 국군에 의해 희생될 때 목숨을 건졌으나 다음 날인 11일 미군의 폭격(오창 창고 집단학살)으로 형을 잃은 이인종(31년생) 씨가 지난해 7월 운명했다.

이밖에 군·경에 의해 희생된 '옥천 7.27사건'의 이강배(37년생) 씨, '추자도 집단학살' 사건의 김서임(24년생), 인민군과 좌익에 의해 가족을 잃은 조경현(35년생), 정완근(39년생) 씨 등이 2006년 진실규명을 신청한 뒤 노환이나 지병으로 사망했다.

진실규명을 보지 못하고 숨지는 이들은 6.25 관련 피해자들뿐만이 아니다. 1949년 반민특위 와해 및 해체과정에 대한 진실규명을 해달라고 신청했던 정철용 씨는 지난해 7월 숨졌다. 정 씨는 반민특위 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유일한 생존자였다.

지난 2월 타계한 보광 스님(이상철 씨)의 경우 미국 <뉴욕타임즈>에 "과거사 진실규명이 늦어져 피해자들이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타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보광 스님은 "생이별한 남매에게 아버지인 내가 간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일념"에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을 했었다. 보광 스님은 1971년 자신의 어선이 표류해 북한에 억류된 뒤 돌아와 불법체포·고문에 의해 간첩 혐의로 15년을 복역했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의 조동문 사무국장은 "진실규명 신청인 대부분이 고령자인데, 이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조사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이들이 죽기 전에 가슴에 맺힌 한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생존자들이 국가기관에 진실규명 신청을 하는 것 자체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큰 용기를 내 생전에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신청한 이들이 기다리다 지쳐 세상을 뜨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

진실화해위, 인력난 자금난에 발만 동동


진실화해위는 이에 대해 "조사대상 사건의 건수가 많고 범위가 방대한데다, 4년이라는 위원회 활동 기한이 정해져 있어 현재의 조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에 32명의 증원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

과거사 조사 전문가들도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과거사 관련 단체 관계자는 "노근리 사건, 제주 4.3 사건과 같이 단일한 사건에 투입된 인력과 시간, 비용만 해도 현재 진실화해위의 인력에 버금간다"며 "수백~수천 건의 사건을 조사하는 진실화해위가 현재의 인력과 비용으로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과거사 조사 전문가는 "피해자인 신청인들은 물론 주변 인물들의 목격담, 가해자까지 조사해야 하고, 기록 조사와 발굴조사에만도 수백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진실화해위의 활동에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던 보수 진영에서는 "인력·예산 낭비"라고 반발하고 있어, 올해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진실화해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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