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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과 정 대표 엇박자, 누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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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 대통령과 정 대표 엇박자, 누구 탓?

<분석> 민주당 진로, 내년 총선 전망 핵심 변수

"추석 때 선물 주고받는 것은 우리 문화이고 난 그게 아름다운 장면이라 생각하는데, 노 대통령은 '코드'가 달라선지 전혀 선물이 없다. 그러다 보면 자칫 정을 잃어버릴 수 있다. 대통령이 판공비 써서 선물 보낸다고 욕할 사람이 있겠느냐."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지난달 31일 한 말이다.

노무현과 정대철.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다. 그런데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낱 '추석 선물' 때문만은 아니다.

이날 정 대표는 "민주당 원외 위원장들 초청해 밥이라도 한 끼 내도록 유인태 정무수석에게 몇 차례나 권유했다", "노 대통령에게 밤에 청와대에서 권양숙 여사와만 있지 말고 포장마차도 가고 강원룡 목사, 송월주 스님 이런 원로들도 만나시라고 권유했다", "구주류와 만나고 밥도 함께 하라고 여러차례 권유했었다"라는 말도 했다.

"노 대통령은 본인말만 하지 말고 중진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며 "그런데 노 대통령이 좀 '샤이'(수줍움)한 데가 있다"고도 했다.

'코드'가 됐든 뭐가 됐든 하여간 다르다는 얘기다.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이후에 나온 얘기라 더더욱 의미심장하다.

지난 해 대선에서는 후보와 선대위원장으로, 집권 후엔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로 가장 가깝고 동질적이어야 할 두 사람이 엇나가고 있다. 왜일까? 누구 탓일까?

***'서민'과 '귀족'의 차이?**

두 사람은 많이 다르다.

노 대통령은 상고 출신으로 변호사를 거쳐 '88년 정계에 입문했고, 줄곳 정치권 외곽에 머물다 일약 대통령이 됐다. 정 대표는 명문가 출신에 경기고-서울법대의 KS 마크, 게다가 미국 미주리대학 박사, 그리고 '77년 정계에 입문, '97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후보경선을 치르기까지 야당의 중심이거나 비주류 핵심이었다.

지난 해 대선에서는 경성사건 재판 관계로 민주당 후보 경선에 조차 나서지 못했지만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내면서 집권여당 대표로 다시 중심에 떠올랐다.

'서민'과 '귀족'의 차이라고나 할까? 출신배경, 정치권 내 연륜과 역할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두 사람을 가까이서 접해본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치스타일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노 대통령은 주로 혼자 행동한다. 정 대표는 거의 누군가와 함께 있다. 노 대통령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정 대표는 일주일에 몇 차례씩 통음을 한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자금을 만들어 누군가를 도와줘 본 적이 거의 없다. 한때는 정계입문부터 줄곳 함께 했던 핵심 비서진들에게 조차 스스로 알아서 살 길을 찾으라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정 대표에게 자금을 받아간 정치인들은 많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정 대표의 지원으로 정치활동을 한다.

기존 정치권의 질서와 관행에서 노 대통령은 '보스'의 위치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정 대표는 정치입문 처음부터 '보스 스타일'이었고, 지금도 그런 스타일을 고수한다.

한마디로 노 대통령은 비주류라고도 할 것 없는 정치권 주변부에서 집요하게 상황을 구상하고 개척해 나간 결과 대통령이 됐다. 3당합당에 따라가지 않은 것, '97 대선에서의 DJ 선택, 잇따른 부산 출마와 낙선, 대통령 후보경선 출마 등 그의 정치역정은 '승부수의 연속'이었다.

정 대표는 정치권 중심부에서 때로는 주류 때로는 비주류 식의 가급적 유연한 처신으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 왔다.

***미래 구상 공유 못하는 노 대통령과 정 대표**

이처럼 출신배경, 정치경력, 정치스타일에서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를 맡고 있다.

후보와 선대위원장으로 대선 승리를 이끌었고, 현재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면 함께 가야 한다. 과거는 서로 달라도 미래만큼은 함께 공유해야 한다. 더욱이 차기를 논할 정권 말기도 아니고 집권 6개월의 초기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해지려고 노력하는 쪽이 아니다. 노 대통령과 정 대표 모두 각자 자신의 정치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일부러 드러내려는 듯하다. 급기야 정 대표 입에서 '코드가 다르다'는 얘기까지 터져 나왔다.

왜일까? 미래에 대한 구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기존 정치권의 질서와 관행과 스타일 전체를 바꾸려 한다. 대통령으로서 대통령의 권력행사를 스스로 포기할 정도로 '변화'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정치쇄신에 걸림돌이 된다면 내년 총선에서의 다수 의석 확보, 안정적 임기운영 같은 목표도 과감히 내던진 듯 보인다.

사정이 이럴진대 '임기 후 걱정' 같은 것은 들어설 자리가 아예 없다. 기존 정치질서를 가급적 많이 허물고 새 질서를 세워서 자신에 이어 정치쇄신을 계속할 인물이 국민의 사랑을 받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 내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스스로 기존 정치권의 핵심부였으며, 그 자체를 죄악시하지 않는다. '점진적 변화', 바꾸되 자신의 정치 스타일은 고수하면서 바꾸어 가려는 것이다. 그에게 총선 승리, 안정적 국정운영은 당면 목표다.

따라서 정 대표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이 이해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을 위해 총선에서 이기고, 안정적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집권여당 대표가 되려 하는데 힘을 보태주기는커녕 계속 훼방만 놓고 있다는 것이 아마도 정 대표의 인식일 것이다.

반대로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 대표가 몹시 안타깝게 여겨질 것이다. 노 대통령 당선으로 이미 시대가 변했다. 당의 안정과 총선승리보다는 개혁이 우선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정 대표가 그 총대를 메고 앞장서 개혁을 실천해 준다면 좋을텐데 미적미적 구시대의 끝자락을 붙들고 늘어져 변화의 동력을 잃고 있다는 안타까움이다.

이렇게 서로 엇나가고 있다. 굿모닝시티 사건은 서로의 엇나감을 결정적으로 증폭시키는 계기였다.

***盧-鄭 함께 할까, 민주당 진로의 핵심변수**

이제 민주당 신당 논란의 막바지에서 두 사람의 엇나감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이다.

정 대표와 거의 동일시해서 보아야 할 사람이 김원기 고문이다. 정 대표가 노 대통령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김원기 고문 역시 함께 하지 못한다. 정 대표와 김 고문의 결별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두 사람 사이의 정치인맥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제 상황을 단순하게 정리해 보자.
민주당이 분당 직전의 모습이다. 어떻게 정리될지 미지수다. 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 노 대통령을 대변하는 정당에 정 대표와 김 고문이 함께 있느냐 없느냐, 이것이 가장 핵심적 변수라는 점이다.

정 대표와 김 고문이 빠진 신주류의 집단행동은 사실 '집단'이라기 보다는 소수의 돌출행동에 머물 것이다. 대세를 장악해 내지 못한다. 반대로 정 대표와 김 고문이 함께 하는 행동이라면 그때 남는 민주당은 사실상 당이 아니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정 대표의 엇나감은 민주당의 진로, 정권의 운명에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다. 계속 엇박자를 놓을 것인가, 아니면 한 길로 접어들 것인가. 누군가 한 사람 쪽으로 끌려오는 방향인가, 아니면 서로 조금씩 달라지는 방식인가. 흥미로운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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