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나라와 당을 걱정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개혁과 화합을 조화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결국 사퇴 의사를 접기로 했다.
이 전 시장이 '강재섭 체제의 유지'를 최종 수용함으로써 재보선 패배로 촉발된 한나라당 내분은 일단 봉합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이날 수 차례 "개혁"을 언급해 당 쇄신을 둘러싸고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의 지속적인 마찰을 예고했다.
"강재섭이 모든 것을 개혁하기는 무리"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보선 패배와 관련해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국민과 당원들께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화합'의 조치로 이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했다. 이 전 시장은 "바로 박 전 대표의 사무실에 들러서 내 뜻을 전하려고 타진했으나 박 대표가 부산 방문 중이어서 오늘 밤 늦게라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기자회견 뒤 곧바로 당사로 이동해 강재섭 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다.
이 전 시장은 그러나 "당을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따르더라도 오직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자기 쇄신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해 박 전 대표 진영을 '기득권 세력'으로 상정하고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대립각을 그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특히 "강재섭 대표가 모든 것을 개혁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한나라당이 아직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당이 부패와 비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민심의 명령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자리에 연연치 않고 당의 개혁을 주장하며 떠난 분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최고위원을 여러 차례 만나 당의 개혁과 화합에 함께 힘써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며 "부당한 비방이 있더라도 선한 마음으로 대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경쟁은 치열해도 싸움은 말아야"
이 전 시장은 한편 "당의 분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듣고 있다"며 "국민들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지만 결코 당은 분열하거나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원칙적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은 치열해도 되지만 상대방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나 모함은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경부운하 공약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표현한 것을 "극단적 용어"라고 규정하며 "경쟁은 치열해도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편으로 스스로를 엄격히 다스리고 다른 한편으로 외연을 넓혀 신선한 기운을 채워가야 한다"고 당의 문호개방을 주문했다. 다만 민감한 현안인 경선 룰과 관련해선 "당원 대 국민의 비율을 5대5로 한다는 것은 합의를 한 사안이다. 그 한도 내에서 논의는 할 수 있지만 새롭게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오 최고위원도 사퇴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이날 중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식 확인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퇴 철회 등 '전략적 후퇴' 뒤 강력한 쇄신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가 이를 수용치 않을 경우 갈등은 언제든지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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