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긍긍 경찰, 여유만만 김승연 회장

증거확보 난항…김 회장 측 "증거 없다" 확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이 1일 오후 김 회장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그러나 김 회장 측은 미리 기자들과 '포토라인'을 협의하고 문 앞에서 압수수색팀을 맞이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어서 압수수색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경찰 압수수색에 김 회장 측, 문 앞 마중

남대문경찰서 강대원 수사과장 등 경찰 15명은 이날 오후 2시15분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김 회장의 자택에 도착해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했다. 이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택 관리인은 지체 없이 압수수색팀을 자택 안으로 들이며 맞이했다.

▲ 김승연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강대원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이 미리 기다리고 있던 관리인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사건 당일인 지난 3월 8일 김 회장의 행적을 밝혀낼 수 있는 증거물을 찾을 계획이다. 김 회장이 집을 나설 때의 CCTV와 김 회장이 당일 입었던 의류품 등이 주요 수색대상이다. 김 회장 자택의 차고에 있는 차량과 GPS 등도 김 회장의 행적을 밝혀낼 수 있는 단서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난 뒤여서 이렇다 할 증거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금요일 경찰이 본격 수사를 착수한 때로부터도 벌써 4일이 지난 상태여서 압수수색의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상태다.

경찰이 처한 난감한 상황은 이 뿐만이 아니다. 김 회장의 행적과 직접 폭행여부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됐던 CCTV 화면도 거의 전무한 상태다. 사건 발단의 장소였던 청담동의 G가라오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고, 피해자들이 '주인의 뺨을 때렸다'고 주장하는 북창동 S유흥주점의 CCTV는 '작동불능'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 이동경로의 단서가 될 주요도로 CCTV도 10~20일밖에 보관되지 않기 때문에 이 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부실한 초동수사로 인해 사건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주요 단서를 다 놓쳐버린 셈이다. 경찰이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김 회장 휴대전화의 송신기록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김 회장이 사건 당일 직접 통화를 한 적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김 회장 측, "증거 없다" 판단했나

김 회장의 '청계산 폭행' 여부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어느 것이 진실인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구속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과 김 회장의 아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은 이미 김 회장 측에서 "경찰이 증거를 못 찾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김 회장을 소환하려 했지만 김 회장은 출석연기요청서를 내며 하루의 시간을 벌었고, 이 때 이미 경찰이 확보할 수 있는 증거 등을 예측하며 경찰 수사대응 준비를 마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 측은 한화그룹 법무팀 변호사 10명은 물론 3명의 개인변호사까지 추가로 선임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초동수사 단계에서 많은 실수를 범했지만 특히 본격 수사가 시작된 이후라도 수사기법 상 압수와 체포 등의 방식으로 김 회장 측을 신속하게 전방위 압박을 할 필요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김 회장 측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