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은 26일 "진보개혁세력이 정치세력화를 통해 국민들 앞에 커밍아웃을 하고 재정비를 해야 한다"며 "그 힘을 가지고 대통합신당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하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오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천정배 의원의 탈당 요청에 대해서도 "정치세력화에 관한 의견 교환에 개방적이다"고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이와 관련해 김근태계인 민평련 소속 의원들과 천정배 의원이 속한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이 '미래구상' 및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 소속 인사들과 조만간 회동해 독자적인 신당 추진을 논의키로 해 주목된다. 이들은 5월 중순 께 신당추진위를 구성해 6월 안에 독자신당을 추진하자는 데에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평련 소속 우원식 의원은 "바깥에서 새로운 신뢰를 얻은 세력을 동력으로 삼아 그 세력이 중심이 되는 신당을 중요하게 보고 있고, 그 과정에 역할이 있다면 참여하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민생정치모임 및 시민운동 세력과) 조만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민생정치모임 최재천 의원도 회동 계획을 확인하며 "시민운동 진영과 민평련에 창당일정과 관련한 제안을 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미래구상 지금종 사무총장도 김근태 전 의장 및 천정배 의원을 연대의 대상으로 거론하며 "늦어도 6월까지는 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면서 "신자유주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개혁진영의 정치그룹들이 따로 모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신당 추진 움직임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지금도 뜻을 교환하고 있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공감한다"고 동참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이르면 5월 중순께 김 전 의장이 열린우리당을 탈당, 천정배 의원과 함께 개혁신당에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동영-정운찬-손학규' 연대, 폐쇄적이고 옹색해"
시민운동 세력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김근태-천정배, 나아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포함하는 '3자 연대'가 현실화될지도 주목된다.
최재천 의원은 "한 축에서 정동영-손학규-정운찬의 중도우(右) 연대가 형성되고, 김근태-천정배-문국현의 중도좌(左) 연대가 형성돼 경쟁과 협력하는 모양이 가장 좋다"며 "문국현 사장을 우리가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시민운동 세력과 학계에서 꾸준히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의장은 "진보개혁세력이 국민과 더불어 다시 진지를 재정비하고 그 힘에 근거해서 중도세력을 끌어들여야지 그냥 중도로 이동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생각한다. 대통합신당으로 가면서 진보개혁세력이 중심에 서야만 2007년 대선에서 희망이 있다"고 말해 개혁진영의 신당창당 등 독자세력화를 거쳐 구(舊)여권의 통합 경쟁에 뛰어들 방침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운찬 전 총장의 독자세력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뜻을 함께 할 사람들의 기반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김 전 의장은 그러나 소위 '정-정-손(정동영-정운찬-손학규)' 연대에 대해선 "지지율이 한두 걸음 차이인데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주장은 폐쇄적이고 옹색해서 오그라들 가능성이 높고 일이 성사도 안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시민운동 진영과 구여권 개혁진영의 독자신당 창당 역시 순탄한 과정을 거칠지는 불투명하다. 우원식 의원은 "시민운동 진영 내에서도 약간의 온도차가 있고 민생정치모임은 조금 마음이 바쁜 것 같다"며 "지금 당장 무얼 해보자는 것 보다 의견을 충분히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미묘한 의견차를 인정했다.
게다가 시민운동 진영과 김, 천 의원이 끝까지 한 배를 탈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지금종 총장은 두 사람이 구여권 통합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와 함께 할지 안할지는 그들의 선택"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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