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의 ‘한국기자들은 촌지·향응을 받아왔다’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당보인 ‘진보정치'를 통해 한국언론의 편향적인 보도태도와 기자들의 자질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언론문제 8할은 기자"**
민노당 당보인 ‘진보정치’ 145호(8월25일자)는 1면과 4~6면에 걸쳐 실은 특집기사 ‘기자를 묻는다’를 통해 최근 조·중·동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들이 사주의 압력이나 데스크의 지시가 아니라 기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왜곡하는 작업에 들어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진보정치>
4면 ‘언론문제 8할은 기자다’라는 기사에서는 기자들이 입사초기 사회부생활 몇 년을 빼고는 대체로 각 출입처의 고위간부들만 상대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없어 관계자들에게 한발 밀리고 설득당하면서도 이를 자신이 ‘발전’하는 것으로 자위하고 점차 출입처의 시각에서 기사를 쓰게 되는 점을 지적했다.
기자들이 중시하는 ‘팩트(사실)’ 역시 신문시장의 판도에 따른 취재력과 영향력의 차이로 인해 조·중·동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신문들은 조·중·동이 의제를 설정하면 ‘따라가는’ 식의 보도를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는 또 KBS한 중견 기자의 “기자들이 월급 많이 받는 거 문제 있다. 후배들한테 맨날 하는 얘기지마 어디 시내버스나 전철에 관한 보도가 나오나. 어쩌다 사고 났을 때 말고. 전부 다 주차장 부족하다는 보도”라는 고백을 통해 현직기자들의 생활이나 가치관이 반영된 기사가 점차대중과 단절이 되가는 ‘딜레마’를 지적하기도 한다.
***“사주·국장 탓만 하지 말고 당당히 기사를 써라”**
5면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에서는 언론의 왜곡·편파보도는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며 87년 노동자대투쟁, 94년 현대중공업 분규,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지난 6월 철도노조 파업에 이르기까지 각 언론과 방송이 파업의 원인이나 해결책 심층적으로 규명보다는 ‘공권력투입’에만 선정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기사는 요즘 들어 언론이 중소영세업체나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예로 들며 대기업 노조를 ‘배부른 투쟁’이라고 공격하고 있으나 ‘더 소외된 노동자’나 ‘서민’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거나 그들을 위한 대책을 호소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사진2-기사>
이번 특집기사를 담당한 ‘진보정치’의 한 기자는 “우리 사회에 정치적 자유가 확장되면서 오히려 기자들의 치열한 직업의식은 사라진 것 같다”며 “이제 조·중·동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자가 보수화하고 단순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진보정치’의 또다른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기자들이 사주나 국장의 독단적인 행동을 문제로 삼기보다는 이를 ‘편집권 독립이 이뤄지지 않아서 기사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핑계로 이용하고 그런 체제 속에서 안일하게 취재·보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현재 한국사회에서 기자라는 직업이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직업인만큼 거기에 걸 맞게 당당하게 기사를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관계자는 “기자들이 지난 번 정순균 차장의 발언을 비판한 기사를 쓴 후 각 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기자들에게 더 높은 도덕성과 각성을 요구하는 글들이 폭주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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