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또 다른 배경에는 미국의 정신건강 관리체계 문제점도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범인 조승희 씨와 같은 이들을 돕는 치료가 미국 사회 내에서 경제적, 법적인 한계로 제한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료 재원 감소와 까다로운 법절차
조 씨는 지난 2005년 스토커 행위로 인해 주의를 받은 적이 있으며 자살 충동으로 인해 정신 병원에 입원한 경력이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스티븐 샤프스테인 전 대표는 "한 개인이 절박한 위험 상태에 놓여 있을 때 깊이있고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재원과 시간이 없다"며 "조 씨의 경우 역시 단 며칠간의 관찰을 통해 금새 알아낼 수 있는 피해망상 상태에 놓여있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부실해진 정신건강 관리체계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재원 감소'에 있다고 주장한다. 버지니아 공대 내 '토마스쿡 상담센터'의 크리스토퍼 플린느는 "지난 25년간 미국 내 정신건강 서비스 재원은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공중 건강 관리를 위한 예산은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추세이며 그 중 삭감되는 대상 1순위가 바로 정신건강 관리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정신건강 관리체계가 부실한 또 다른 요인 중 하나가 법적인 제한이라고 주장한다. 미 정신장애인 전국연합의 마이클 피츠패트릭 집행위원장은 "현실은 체포되지 않는 한 일반인들이 정신건강 검진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상당수의 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도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본인의 동의없는 치료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9일 "대부분의 경우 미 대학들은 당사자 학생의 동의 없이는 부모에게조차 자녀의 의료기록 등 어떤 문제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학생의 행동이 본인 또는 다른 이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이들을 병원에 보낼 수 없게 돼 있다.
'정신질환자는 범죄 저지른다'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아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예외에 속할 뿐 정신질환자가 대형사고를 일으킬 확률은 지극히 낮으며, 따라서 정신질환 관리체계의 문제점은 교정되어야 하지만 '정신질환과 대형사고'의 인과관계를 과장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신질환 치료 협회는 성명을 통해 "각종 연구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총기난사 등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 동의' 조건에도 문제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같은 조건이 없을 때 벌어질 강제 치료 등도 인권 유린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내 전문가들도 정신질환자는 '예비 흉악범'이라는 등식이 고착화된다면 편견에 의한 인권침해 등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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