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텍 총격사건의 범인 조승희 씨가 방송사에 보낸 동영상 자료가 공개되면서 조 씨의 정신건강 상태를 둘러싸고 심각한 질환인 '편집형 정신분열증'이라는 의견과 '인격장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19일 조 씨가 만든 동영상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편집형 정신분열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편집형 정신분열증이란 사실이 아닌 내용에 근거해서 자신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으로부터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질환.
상상 속의 인물을 만들어 대화를 하는 등 망상증세를 보이며 환청이 들리기도 한다. 심각하면 망상에 사로잡혀 전혀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조 씨가 동영상 자료에서 자신을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존재가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편집형 정신분열증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동영상 내용 중 "희생당한 나와 내 아이들, 내 형제 자매들"이라는 표현이 있고, 가상의 여자친구 "줄리엣"이 있다고 언급된 부분을 종합하면, 조 씨는 현실과 달리 자신의 여자친구와 아기가 있다고 '상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정신과전문의)는 "조 씨는 누군가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한통속의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 무리가 '부자'이며, 사회 전반이 악의 무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포한별병원 서동우 진료원장(정신과전문의)은 "조 씨의 말이나 행동으로 볼 때 편집형 정신분열증으로 보이며 심할 때에는 환청이 들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신분열증은 오래동안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으로, 잘 관리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이와는 달리 조 씨가 심한 정신질환에 시달렸다기보다는 인격장애를 가진 범죄자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최상섭 법정신의학회장(정신과전문의)은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살인은 자신이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충동적인 살인이 거의 대부분이며 피해자도 한두 명에 그친다"며 "조 씨가 미리 범행을 계획하고 동영상을 제작, 발송한 것을 볼 때 정신분열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것과 달리 큰 무리 없이 대학을 진급했다는 점도 조 씨를 정신분열증 환자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최 원장은 또 "공주 치료감호소 정신질환자의 약 50%가 정신분열증 환자이지만 조 씨와 같은 경우는 없다"며 "조 씨가 과거 여성을 스토킹하고, 극단적인 글을 썼다는 점으로 볼 때 `경계성 인격장애'에 가까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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