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빠진 당내 대선후보 경쟁에 개혁성을 무기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들어보기 힘들었던 '대미 자주노선', '분배와 평등'을 주장하는 등 손 전 지사보다 한층 파격적이다.
"해묵은 한미동맹에만 매달려"
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징적인 자주를 위해 비싼 비용을 감수하려는 노무현식 접근법도 문제이지만 해묵은 한미동맹에 마냥 매달리는 것도 민망하다"며 "한국도 이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친미 일변도의 접근법을 버리고 달라진 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대미 자주노선을 강화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챙겨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은 미국관련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한미동맹 체제를 강조하며 미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었다"며 "이는 30~40대 이하 연령층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는 상당한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방위비 협상, 용산 미군기지 이전비용 협상,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환경치유 협상 등에서 우리는 미국의 실체를 확인했다"며 "미국의 시각에서 한국은 온정을 베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렇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북한관련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당내 대북 강경론자들의 목소리만 컸고 대북 유화론자들은 입장조차 밝힐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수정을 위해 꾸려진 태스크포스팀을 겨냥해 "팀원 대부분이 그동안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한 뒤, 대북유화정책의 적극적 실행을 주문했다.
재산-병역-세금, 철저 검증해야
홍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은 성장 동력의 회복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 분배와 평등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이분법적인 선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국민 대다수의 시각에서 한나라당은 아직도 '차떼기 정당', '가진자를 위한 정당', '특권 정당', '웰빙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에 덧씌워진 부패 이미지와 특권의식, 무사안일주의를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 의원은 이에 대한 극복 방안으로 △대선후보 경선자금의 모금과정, 집행과정의 투명한 공개 △대선후보자의 재산, 병역, 세금 문제 검증 △중산층과 서민 중심으로의 정책적 지향점 변화 등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대선후보 검증과 관련해 "심판자인 당 지도부가 선수인 후보들의 눈치를 보는 꼴 아니냐"며 철저한 검증을 당부했다.
아직도 대세론?
홍 의원은 한편 "2002년 이맘 때 이회창 대 노무현 차이가 58대18이었다. '이대로만 가라'고 그때도 그랬다"고 대세론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 합이 70%가 넘는데 이것이 정상이라고 보느냐"면서 "여권의 후보가 없기 때문에 나오는 수치인만큼 결국은 51대49가 된다. 그런데 당은 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소속 의원들의 야당의식 부족을 질타하며 "15~16대 국회의 대정부질문 때 야당 의원이 단상에 올라가면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긴장을 했는데, 요즘 대정부질문을 보면 질문지를 받았느니 못 받았느니 하는 소리나 하고 야당답지 않은 질문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자신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오늘의 주제가 아니다"고 피해갔지만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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