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선으로 곤욕을 치른 최종영 대법원장이 임기 6년을 마치고 오는 25일 퇴임하는 한대현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개혁성향의 여성부장판사인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52)를 지명했다. 여성판사가 헌법재판관 내정자가 된 것은 지난 88년 헌법재판소가 개원한 이래 처음이다.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법원장 지명 몫으로, 시민·사회단체들과 재야 법조계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후보로 전효숙 부장판사를 추천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법관 제청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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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을 중시, 소수자 보호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인 지를 우선적 기준으로 삼았다”며 전 판사의 지명배경을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전 부장판사는 해박한 법률지식에 여성의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어 법원 내외로부터 여성 보호와 소수자 보호라는 시대적 요청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로 일찍이 주목돼 왔다”고 덧붙여 시민단체와 재야법조인들의 의견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전 판사는 법조계에서 ‘전라도, 비서울대, 여성’이라는 우리사회의 ‘3대 핸디캡’을 모두 극복하고 부장판사에 지위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져 왔다. 또 지난 97년 수사과정에서의 불법적인 구금이 관습적으로 되풀이되던 시기에 피고가 무죄임이 밝혀진 후 국가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 위법적인 강제수사 관행에 제동을 걸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 판사는 특히, 98년‘소액주주소송’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던 시기에 부실한 경영으로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제일은행의 은행장과 임원들에 대해 손해배상판결을 명하여 경영진을 상대로 하여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첫 승소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고등법원의 첫 여성 형사부장으로 임명돼 김대중 전대통령의 3남 홍걸씨 재판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왔다.
이같이 돋보이는 경력으로 인해 지난 1월 대법관-헌법재판관 시민추천위원회로부터 김영란 부장판사와 함게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다.
전효숙 판사는 51년 전남 승주 출신으로 순천여고, 이화여대 법대 및 대학원을 거쳐 75년에 노무현대통령과 함께 사시 17회에 합격한 뒤 서울가정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민사·형사지법판사, 서울고법판사, 수원지법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부장판사, 특허법원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전 판사의 남편은 서울고법 이태운 부장판사로, 사상 첫 고법 부장판사 부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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