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각자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민주당은 놔두고 신당을 만든다. 하지만 총선이 임박하면 그대로 가지 않을 것이다. 당선을 위해서라도 합당이나 연합공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난 민주당 신주류 의원들은 합당을, 구주류 의원들은 연합공천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개혁당 김원웅 대표가 한 말이다.
정치권에 소설 같은 이야기 하나가 떠돌고 있다. 이른바 '다시 한번 후보단일화론'이다. 민주당의 신당 논란과 별개로 한나라당 탈당파, 개혁당, 신당연대, 여기에 일부 민주당 탈당파들이 연합해 독자 신당을 창당한 후 총선 직전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연합공천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부산 친노그룹의 좌장격인 조성래 신당연대 상임대표가 1주일 전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와 비밀회동, '일단 각개약진 후 총선 전 연대' 문제에 관해 공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지론대로 각자 분리 행보 후 총선 전에 정책연합 등의 연대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조 대표도 이에 대체로 공감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후보단일화론', 그러니까 지난해 대선 막판 후보단일화를 통한 승리를 되돌아볼 때 같은 방식으로 내년 총선에서도 극적 승리를 연출해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가능할까?
***영남권 親盧 지구당위원장 탈당 예고**
민주당을 제외한 독자 신당 창당의 신호탄은 민주당 일부의 탈당이다. 이미 이부영 의원등 한나라당 탈당파, 그리고 개혁당 김원웅 대표와 유시민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민주당 신주류의 탈당을 촉구한 바 있고, 이호웅 신기남 의원 등은 '중대결단'이란 표현으로 탈당을 시사한 바도 있다.
개혁당 김원웅 대표는 최소 2명 많으면 8명 신주류 의원의 탈당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신당 논란이 결론 없이 시간을 끌면서 이들 신주류 의원들의 고민도 장기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우선 민주당내 친노 성향 영남권 지구당위원장들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민주당 해운대기장갑 지구당위원장이며 부산 신당연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인호 위원장은 "내주나 늦어도 내달초 탈당계를 제출한 뒤 한나라당을 탈당한 통합연대, 개혁국민정당과 연대, 창당준비위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현재 부산.경남지역에서 5-6명이 탈당을 결정했고, 대구.경북쪽과도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좀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18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최인호 위원장은 또 총선출마를 선언한 청와대 이해성 홍보수석과 최도술 총무비서관의 거취에 대해 "우리는 옛날부터 노 대통령을 모셔온 사람들이어서 교감을 갖고 있다"며 "그들은 민주당의 신당논의가 결론 나거나 독자 개혁신당 추진의 가닥이 잡히는 직후 합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이해성 수석과 최도술 비서관의 입장과 일치한다.
최 위원장은 특히 민주당 신주류의 통합신당론에 대해 "적어도 부산을 포함한 영남에선 민주당이나 통합신당 간판으론 승산이 없는 만큼 이곳의 총선구도는 친노 대 반노, 개혁 대 수구로 짜여져야 한다"며 "각자 맡은 길을 가며 서로 이겨나가는 전략도 그런 차원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원웅 대표가 밝힌 합당 혹은 연합공천 추진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각개 약진 후 단일화 걸림돌 많아**
민주당 신당 논란의 최종결론, 신주류 일부의 탈당 여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조만간 독자 신당 창당이 가시권 안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 채비를 갖추고 있는 신진 인사들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신당 창당이 본격화될 경우 전국적인 모양새를 갖추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창당에 따른 자금문제 역시 이미 개혁당 창당의 실험을 마친 상태로 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별도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의 전략구상, 즉 총선 직전 합당 내지 연합공천 추진이 순조로울 지는 미지수다.
첫번째, 총선 출마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문제다. 지난 대선에서의 후보단일화는 노무현 정몽준 두 개인의 결단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합당이나 연합공천은 지역구별 출마자들이 다수 중복되면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두번째, 그처럼 복잡하게 충돌하는 이해관계들을 조정해 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는 문제다. 과거 3당 합당이나 DJP 연합공천 등은 3김의 카리스마적 권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도 이탈자들의 무소속 출마 등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구조, 또 새로이 창당될 신당은 이른바 '진성당원'의 투표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적 정당구조를 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과거와 같은 합당과 연합공천이 가능할지 점치기 어렵다.
세번째, 우여곡절 끝에 합당이나 연합공천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그 위력이 지난해의 극적인 후보단일화 만큼 될 것인지도 문제다.
후보단일화를 통한 패배를 한번 맛 본 한나라당은 일찍부터 맞공세에 나설 것이다. 민주당과 별도의 신당이 윤곽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민주당 2중대론', 혹은 '신지역주의'라는 식의 파상공세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또한 후보단일화로 탄생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어 합당이든 연합공천이든 "또 한번의 정치적 쇼일 뿐"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자아낼 우려도 크다.
***독자신당 가시화, 민주당 신주류의 선택 다시 한번 기로에**
이러한 제반 우려와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독자 신당의 흐름을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 탈당파, 개혁당, 신당연대, 그리고 민주당내 이탈세력들은 어쨌든 별도 신당을 창당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이해성 수석, 최도술 비서관 사퇴과정에서 불거진 '노심 논란' 역시 독자 신당 창당을 부채질하는 분명한 힘이다.
이 독자신당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제 공은 다시 민주당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통합신당론' '리모델링론'이라는 아리송한 차이를 두고 신.구주류간 다툼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신주류 절대다수의 집단 탈당으로 독자신당에 대규모의 힘을 가세하게 될 것인지 선택의 순간을 다시 한번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총선 직전 합당이나 연합공천 논의의 가닥도 잡혀 가게 될 것이다.
청와대 일부 인사의 사퇴로 총선국면은 이미 본격 개막됐다. 하지만 각개 약진 이후 막판 단일화로 대승을 거둘 것인지, 아니면 적전분열의 지리멸렬로 대패할 것인지 아직은 가늠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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