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개헌 신경전'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3일 "오늘 오후 의원총회에서 개헌에 관한 당론을 재확인하겠다"고 밝혔으나 청와대의 요구의 핵심인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한 확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론 절차는 수용, 입장은 불변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제 개헌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며 "소모적인 기싸움으로 흘러선 안 되는 만큼 청와대도 오늘 쯤 개헌 발의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에 앞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8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4년 연임제를 비롯한 개헌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전반적으로 폭넓게 논의하고,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개헌을 완료하도록 하겠다. 이를 한나라당과 대통령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당론"이라며 오후 의총에서 이를 재확인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금 4년 연임제가 다소 국민적 동의가 높다고 해서 이를 못 박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5년 단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을 폭넓게 열어놓고 18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 그는 "청와대의 입맛에 모든 것을 맞춰서 한나라당이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당론 채택'이라는 절차적 과정은 청와대의 요구대로 밟아주되, 개헌에 관한 입장은 기존의 방침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확인한 셈이다.
나경원 대변인도 현안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 포인트 개헌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은 마치 논의도 하기 전에 결론을 얘기하라는 것이며 집을 짓고 나서 설계도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억지 논리를 가지고 몽니를 부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난감한 우리당
열린우리당은 난처해졌다. 6인 원내대표 회담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중재의 여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도 처음에는 원내대표 회담을 통한 합의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이 절차가 필요하다면 그 정도를 못할 이유는 없다"고 한나라당의 대승적 수용을 설득했다.
장 대표는 "노 대통령은 각 정당이 입장을 재확인해달라는 것인데, 그 절차를 밟아주면 되는 것이지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신경전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헌문제를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하기로 한다"고 한 원내대표 6인의 합의에 대한 해석은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엇갈렸다.
장 대표는 "각 정당들이 원 포인트 개헌, 4년 중임제가 맞겠다는 것은 거의 묵시적인 합의가 돼 있다"면서 "원내대표 합의에는 원 포인트 개헌이 핵심으로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권력구조 문제를 포함해 개헌의 모든 사항을 폭넓게 논의하자는 김형오 대표의 주장과는 괴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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