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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말 그대로 파리 목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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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말 그대로 파리 목숨입니다"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11>일방적인 해고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 시장에서는 요즘 전쟁이 한창이다. 이름을 붙여본다면 해고와의 전쟁! 말이 좋아 전쟁이지 실상은 이주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으니 전쟁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이 사례들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주노동자의 국적과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시 근로자 3명인 아주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몽골인 수렌과 상시 근로자 10명인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또 다른 몽골인 바야라. 나흘의 시차를 두고 우리 단체를 찾은 이 두 사람은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즉시해고.
  
  수렌은 1년의 계약기간에서 1달이 남아 있었고, 바야라는 3주일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사업주가 갑자기 '1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1년간의 재계약을 할 것인지'를 물었고, 두 사람은 그럴 맘이 없었다. '싫다'는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사업주들은 '재계약이 싫으면 그만 두라'고 그 자리에서 해고를 통고했다. 두 사람은 계약만료 때까지 그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었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주의 고용해지 통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 두 사람의 경우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또 다른 몽골인 밧타는 1년의 계약기간을 불과 1주일 남겨두고 사업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재계약을 거부했다'는 것. 그리고 고용지원센터에는 계약만료 이틀 전 날짜로 근로계약 종료를 이유로 한 고용변동으로 허위신고했다. 밧타 역시 남은 계약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사업주는 듣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26세의 몽골인 남성 바기는 자신의 해고사유에 대해 입이 댓자나 나올 정도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바기의 해고는 기숙사 문제에서 비롯됐다. 바기는 회사에서 얻어준 빌라의 4층집에서 생활했다. 그 집에는 방이 두 개였는데, 바기와 다른 몽골인 남성이 방 하나를 쓰고 다른 방은 필리핀 여성 2명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은 다른 몽골인 여성을 채용했고, 그 여성이 입국하자 바기와 다른 몽골인 남성에게 그 빌라의 지하방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바기는 거절했다. 거절한 이유는 4층이어서 밝고 햇볕이 따사롭다는 것 때문이었다.
  
  거절하는 바기에게 '남녀가 같은 기숙사를 쓰면 안된다'며 강요 반 설득 반을 계속하던 사업주는, 급기야 '여자들이 지하방을 쓰는 것은 왜 안 되느냐, 왜 차별하느냐'는 바기의 말에 화를 내면서 '그러면 방을 알아서 구하라'는 최후통첩을 했고, '계약서대로 회사에서 부담해야 한다'며 맞서는 바기에게 '그만 두라'며 즉시해고를 해버렸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정당한 해고'의 요건인 사유(정당한 사유)와 절차(최소한 30일 전의 예고 혹은 해고예고수당 지급) 면에서 모두 어긋난 이런 부당해고들은 한두 사례가 아니다. 이런 사례들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을 상담하는 각 지역의 상담소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부당해고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 노동자들과 달리 적절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든가, 지하의 기숙사로 옮기지 않아서라는 해고사유가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 최소한 30일 이전에 통보가 있어야 한다는 해고예고조항은 좀 애매하다. 해고예고조항은 노동해서 먹고 사는 노동자에게 해고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으니 새 직장을 찾을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 취지를 본다면 이주노동자에게 해고예고조항은 더더욱 필요한 조항이다. 일단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 기거할 곳조차 없어지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이니 이들의 절실한 생계대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조항이다.
  그런데 현 고용허가제도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설사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했다 해도 그때부터 새 사업장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업주가 고용변동신고를 하고, 이주노동자가 사업장변동신청을 고용지원센터에 하는 그때부터 구직이 시작된다. 그러니 30일전 해고예고조항은 이주노동자에게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방법을 써야 이 해고의 행진을 막을 수 있을까? 한국인 노동자가 해고당한 것처럼 해고가 무효이니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야 하나? 아니면 해고의 사유는 따지지 말고 30일치의 해고예고수당이나 지급하라고 요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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