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순 방송위원이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등과 만나 한나라당 집권을 모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6일 강동순 위원을 출석시켜 해명을 요구한 데 이어 방송위 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각각 성명을 발표해 강동순 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미디어오늘>, <피디저널> 등은 5일 강 위원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 술집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신현덕 전 경인TV 공동대표, 윤명식 KBS심의위원 등과 만나 한나라당 대선 전략 등을 모의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강 위원은 "이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 "우익 시민단체들이 목동 방송회관에 와서 '이렇게 하려면 방송위 문 닫아라' 하고 시위를 해줘야 한다", "당(한나라당)에서도 해달라고 하면 우리도 그걸 받아서 해야 하고, 우리 애로점이 있으면 당에서 이해도 해주시고 지원도 해줘야 한다" 등 방송위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관련기사 보기: '한나라당 집권모의' 녹취록 공개 파문 )
"특정정당에 편향된 발언…믿어지지 않는다"
방송위 노조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방송정책·행정 주무기관인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의 발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특정정당에 편향돼 있고 이념적으로도 균형감각을 상실한 발언"이라며 "고도의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반드시 실현해야 할 방송위 상임위원으로서 자질이 없는 언행"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정파를 떠나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며 방송위 구성원들 모두가 반드시 수호해야 할 가치"라며 "강동순 위원은 그토록 한나라당의 집권과 좌파세력 몰아내기를 갈망한다면 한나라당에 입당해 대선전략 기획을 전담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허가행정의 전권을 가진 상임위원이 특정 방송사업자와 매우 민감한 시기에 부적절한 술자리를 벌이는 후안무치한 행태로 더이상 방송위 구성원들을 욕되게 하지 마라"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도 이날 "현직 국회의원과 현직 방송위원, 현직 공영방송 심의위원이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짜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방송위원장과 방송위원들, 그리고 방송위 사무처는 심지어 방송심의 내용을 두고 우익집단의 집회를 사주한 강 위원을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동순 위원은 지난해 방송위원 국회 추천몫 중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아 위원으로 임명됐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해 방송위 노조는 "강동순 씨는 KBS 감사로 있으면서 KBS 내부 문서를 국회의원과 수구보수 신문에 유출한 장본인"이라면서 강 위원을 포함한 일부 방송위원들에 대해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스파이 논란 검증하려던 녹취록이 강 위원에게 불똥
강동순 위원의 발언은 신현덕 전 경인TV 대표가 직접 녹음해서 만든 녹취록에 포함돼 있던 것이다.
이 녹취록은 지난달 20일 경인TV 허가 추천여부를 놓고 방송위가 자체적으로 경인TV와 CBS 간 쟁점이 되고 있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CBS로부터 녹취록과 녹취테이프 원본을 10부씩 제출받는 경로 가운데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대표와 CBS는 지난해부터 경인TV 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에 대한 '스파이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로 인해 경인TV 허가 추천이 최근까지 연기됐다.
방송위 노조가 '특정 방송사업자와 매우 민감한 시기에 술자리를 가졌다'고 비난한 것은 이 같은 정황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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