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이틀 간의 광주 방문에서 남북관계 및 한미 FTA, 개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해 주목된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5일 오전 광주 신양파크호텔에서 열린 전남대 경영전문대학원 개원기념 특강에서 "북한 경제가 살아야 남한 경제도 잘 되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식량.비료 주는 것은 필요하다"며 "다만 인권문제를 거론했어야 하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핵은 절대 안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햇볕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장은 "광주에 왔기 때문에 햇볕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른 지방에서도 똑같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전날 광주 전남대 초청 특강에서도 "햇볕으로 상징되는 대북포용정책은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 모두를 위한 것인 만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척한 남북화해와 협력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희망이고 한반도의 미래"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한 "시기적으로 언제가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 남북정상회담도 남북과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이 햇볕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점이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5년이 너무 짧아? 글쎄…"
정 전 총장은 한편 10일 께 국무회의에 발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헌 문제에 대해선 "개헌안을 본 적은 없지만 '일을 잘 하고 노력을 많이 해서 성과도 좋은데 5년이 너무 짧아서 3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개헌의 시기뿐만 아니라 4년 연임제 자체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5년 열심히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안타깝다' 싶은 대통령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개헌 목적이 4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4년 더 해서 중장기적 플랜을 갖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답은 '글쎄'"라고 밝혔다.
정 전 총장은 이어 "대선 출마를 결정할 경우 광주에서 선언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마음만 정해졌다면 어디에서 발표하느냐는 건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임 있는 주체로부터 정치 입문 제의를 받은 적이 없는데 매스컴이 앞서 가서 내가 매스컴을 추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나는 생각은 깊게 하고 행동은 과감하게 하는 사람이니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과거 성장의 역사는 대단한데 지금은 침체됐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것도 아직 멀었다"며 "좀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실리를 챙기면서도 부드러운 외교를 하고 지도자도, 국민도 개인의 인격과 같은 '국격'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전날 한미 FTA와 관련해선 "쌀은 이미 개방된 것이고 개성공단은 이해할만 하다"며 "다만 국가소송제는 캐나다 등 다른 나라 사례를 볼 때 도입 자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협상 때 제외했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이틀 간의 광주 방문 중에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중도'로 규정했다. 그는 "김영삼 정권 때는 왼쪽으로 보더니 김대중 정부 때는 오른쪽으로 보더라"며 "그렇게 보면 나는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관성 있는 중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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