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협상 막바지 호텔 주변에서는 反한미FTA 진영의 시위와 기자회견이 잇따르고, 50대 노동자가 분신을 하는 안타까운 사태까지 발생하며 협상장 주변에서는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2시?…3시?…10시?"
○…협상 막바지 초미의 관심사는 "'타결'이든 '결렬'이든 협상 결과를 언제 발표하느냐"는 것. 특히 공식적인 협상시한 마감시간이었던 3월 31일 새벽 1시를 넘기고 밤을 꼬박 세운 뒤 오전 7시30분에야 "48시간 연장한다"는 발표를 들었던 취재진은 연장협상 시한마저 임박한 1일 밤에는 협상결과 발표 시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각에서는 연장협상 시한이 2일 새벽 1시이기 때문에 2~3시 사이에는 협상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 예측도 빗나가고 말았고, 결국 취재진 상당수는 협상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3월 31일 새벽에 이어 2일 새벽에도 밤을 새웠다.
결국 오전 8시 15분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가 모습을 나타내 "농업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말해, 협상이 더 길어질 것임을 취재진에게 전했다.
다만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타결'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준비했고, 자동차·섬유·농업 등의 구체적 분야에 대한 협상 결과 전망을 예측하는 데 더 비중을 두기도 했다. 특히 조간 신문들은 3월 31일에 이어 2일에도 타결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가운데 신문 발행 '마감시간'을 넘기게 되자 곤혹스러운 표정.
한 일간지 기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종이신문이 무용지물"이라며 "방송과 인터넷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협상 내용의 발표 시간에 또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발표 시간에 맞춰 각종 기자회견과 집회 일정을 짜야 하기 때문에 범국본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예상 발표시간을 문의했다.
○…취재현장의 '인적 구성'을 보면 이번 한미FTA를 바라보는 한국 측과 미국 측의 '온도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한국 측은 줄잡아 200명이 넘는 취재진이 진을 치고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데 반해 미국 측은 AP통신과 같은 외신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미국에서 협상이 이뤄질 때도 한국 측에서는 대규모 기자단이 협상단과 동행해 협상 내용을 국내에 전했던 데 반해 미국 측 취재진은 비교적 여유로웠다고.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미국 언론은 비교적 '(한미FTA를) 일단 한 번 해봐라'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 측은 한미FTA에 대해 비교적 느긋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이번 FTA 협상 결과에 따라 '국운'이 갈릴 수 있을 정도의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취재진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스'를 제공해야 하는 취재진은 협상단 관계자들의 '자물통 입'에 답답해 했다. 협상단 고위 관계자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협상장 입구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질문 공세를 펼치곤 했으나, 관계자들은 협상 마지노선에 임박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 "진전이 있다"는 등의 대답만 돌아올 뿐 '뉴스'가 없었다.
그러던 중 1일 오후 5시 40분께 미국 측 농업부문 협상 책임자인 리처드 크라우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농업 수석협상관이 출국을 위해 협상장을 떠나자 취재진에 일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협상의 쟁점 중 하나인 농업부문이 타결된 것이냐는 추측과 농업분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 아니느냐는 추측이 엇갈렸다.
크라우더 협상관의 출국에 대해 한국 측 고위관계자는 구체적 이유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원래 일정보다 연장된 상태이고, 친한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이런 '등장'도 잠깐. 3월 31일 새벽과 달리 2일 새벽엔 협상 관계자가 전혀 눈에 띄지 않아 취재진의 애만 더 태웠다.
호텔 주변 편의점 반짝 호황
○…취재진만 200명이 넘고 호텔 주변에 배치된 경찰병력 규모도 어마어마한 데다, '밤샘'이 여러 번 이뤄지며 호텔 주변의 유일한 편의점이 '반짝' 호황을 누렸다.
음료수부터 컵라면, 빵, 담배, 각종 생필품 등이 불티난 듯 팔렸으며 '즉석식품' 진열대는 비어 있기 일쑤. 게다가 한 번에 대량으로 사가는 손님이 많아 편의점 로고가 새겨진 비닐봉투가 모자라 일명 '까만 비닐봉투'를 공수해 사용하기도. 또 호텔 내 식당은 한 끼를 해결하려면 '배춧잎' 여러 장이 들기 때문에 취재진은 주로 끼니를 밖에서 해결했다.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 호텔 이용객들은 여러가지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호텔 입구에서 자동차 트렁크를 검색하는 것은 물론, 한미FTA 반대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릴 때면 호텔 출입이 아예 봉쇄되기도 했다. 호텔 입구가 봉쇄되면 택시가 출입을 하지 못해 택시를 이용해 호텔 바깥으로 나가려는 관광객들의 발이 묶였다.
호텔 정문을 통과할 때는 공항에 버금가는 검문검색이 이뤄졌고, 호텔 로비는 경찰은 물론 각종 촬영장비로 '중무장'한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김현종 본부장 등 VIP급 인사가 지나갈 때는 경찰이 '인의 장막'을 치는 바람에 통행의 불편까지 겪어야 했다.
또 1일엔 하얏트 호텔에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방한행사까지 열리고, 일요일을 맞아 결혼식 등 가족행사까지 겹치며 더욱 혼잡했다. 한 호텔 이용객은 "협상을 하려면 정부청사에서 할 것이지 왜 호텔에서 하느냐"고 불평하기도 했다.
○…결국 안타까운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50대 택시노동자 허모 씨가 호텔 입구에서 분신을 한 것. 당시 호텔 입구에는 범국본 소속 단체 회원 100여 명이 기자회견을 시도하는데 경찰이 4~5중으로 에워싸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경찰이 호텔 주변을 철통같이 경비하느라 경찰병력도 많았던 상황이었으나, 허 씨는 시선이 많이 가지 않는 곳에서 분신을 하고 말았다.
경찰이 휴대용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지만, 허 씨는 얼굴과 팔, 다리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씨는 민주택시노조 소속이고 민주노동당 당원, 참여연대 회원으로 성실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 씨는 특히 한미FTA 반대 관련 강연에도 자주 참석하고 한미FTA 반대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한미FTA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반대활동을 벌여 왔던 터라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