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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단식을 끝내고 싸워야 할 때"

[한미FTA 뜯어보기 388]범국본, 2일 새벽까지 도심서 反FTA 집회

전국이 황사로 뒤덮힌 1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서울 광장)에 2500여 명이 손에 촛불을 들고 모였다. 한미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이 주최한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행사 직전 전해진 노동자 분신 소식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행사가 열리기 전, 민주노총 조합원 허 모 씨가 "망국적 한미 FTA 폐지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탓이다.

행사장을 둘러싼 경찰의 표정에도 긴장이 흘렀다. 당초 경찰은 5000여 명의 전·의경을 서울 광장에 배치했으나, 허 씨의 분신 사실이 알려지자 8000여 명으로 병력을 늘렸다.
▲ 촛불을 들고 행사에 참가한 아이. 한미FTA는 이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프레시안

통일연대 정보선 문예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대체로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이 이날 촛불문화제를 위해 1000여 개의 종이컵에 일일이 구멍을 뚫어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몇몇 참가자는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행사장의 분위기는 류은숙 서울여성회 준비위원장이 자작시를 낭송할 무렵 더욱 고조됐다.

류 위원장은 허 씨의 분신 사실을 접한 뒤 쓴 시를 읽어가다, "촛불 앞에 선 우리 모두 / 신발끈 고쳐 매어야 할 때이다 / 곡기 끊어 오로지 뜻을 지키던 양심들이여 / 그리하여 그 밥심으로 / 온 거리를 성난 함성으로 메워 / 바람에 춤추는 깃발들로 / 절로 흥이 나 어깨 들썩이는 농부의 신바람으로 / 뱃심 든든한 희망으로 일터를 지키는 당당한 노동자의 주먹으로 / 이제 우리들의 봄을 노래하자"는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목에서 행사장 맨 앞에 앉아 있던 한 참가자는 "이제 단식을 끝내고, 싸워야 할 때"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가난하게 자란 대통령, 그런데 왜? 이해할 수 없다"

이어 연단에 선 영화감독 정윤철 씨는 "가난하게 자란 분이 대통령이 됐을 때, 품었던 기대는 이제 사라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 영화 캐릭터로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이다"라며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미FTA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든다. 싸워야 한다. 앞으로 여기 모일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 우리나라의 희망이다"라고 외쳤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연단에 섰다. 심 의원은 "한미FTA 협상은 애초에 국민을 무시하고 배제하고 진행된 것이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독재자 탄핵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게 이익이 될지, 손해일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아니다"

한편 이날 서울광장 한 켠에서 행사를 지켜보던 대학생 송인식 씨는 "학교가 강원도 원주에 있는데,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려고 서울까지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송 씨는 "한 학기에 4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부담으로 대학 사회는 이미 황폐화 됐다"며 "한미FTA로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치솟는 등록금 때문에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하지 못 하는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강석진 씨는 "한미FTA가 내게 이익이 될지, 해가 될지 사실 잘 모른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 씨는 "상당수의 국민들이 이처럼 치열하게 반대하는데 정부는 왜 한미FTA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 자체가 이미 충분히 잘못된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소탈한 이미지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로 가자"…도심 곳곳에서 밤늦게까지 시위

저녁 7시 반 쯤 시작된 이날 촛불 문화제는 두 시간 쯤 지나 끝났다. 그리고 9시 반 쯤 참가자들은 일제히 거리로 쏟아졌다.
▲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프레시안

참가자들은 "한미FTA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종각 역을 지나 안국동으로 향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도로 행진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청와대로 가자"라고 외치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안국동에서 막았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경찰이 막자, 참가자들은 광화문, 사직 공원 등으로 흩어져 2일 새벽까지 계속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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