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31일 오전 7시 30분 브리핑에서 "양국 협상단은 추가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유익하고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본국 정부 및 의회와 긴밀히 협의했다"면서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른 협상 마감시한의 마지노선인 4월2일 새벽 1시까지 협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1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한미 FTA 사실상 타결"이라고 보도했다.
마감 시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날 새벽 1-2시부터 협상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협상장 안팎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보'인 셈이다.
반면 <한국일보>는 "쇠고기·차 밤새 벼랑 끝 대치 / 한미FTA 진통…협상 48시간 연장도 검토", <세계일보>는 "'선 타결 발표·후 조문화' 검토" 등 신중한 보도 태도를 보였고, <한겨례>, <중앙일보> 등은 기사 말미에 "신문제작 마감 시간 때문에 최종 결과가 실리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이후 속보는 인터넷 사이트 등에 게재하겠다고 독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조선> "미국과 '경제동맹' 맺었다"
이처럼 다른 언론의 보도 태도를 감안할 때, <조선일보>의 이날 'FTA 타결' 보도는 평소 한미FTA를 찬성해온 <조선일보>의 의도적인 '오보'로 해석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협상 타결을 밀어붙이는 노무현 대통령을 "용기있다"고 칭찬하는 등 4년 내내 대립각을 세워온 노 대통령을 극찬하는 사설을 2차례나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한미 FTA 사실상 타결" 기사에서 "한미 양국 협상단은 30일 밤 큰 틀에서 협상 타결을 선언하는 의향서를 먼저 채택한 뒤 세부적 내용은 이틀 정도 추가 협의를 통해 마무리 짓는다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한 이견 차이가 최종적으로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뜻이긴 하나, 타결 선언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기정사실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또 협상타결로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이 체결한 네 번째 FTA가 되며, 두 나라 간 양자 FTA로는 세계 최대 경제규모가 된다"면서 "한국으로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경제동맹'을 맺는 것이어서 발효될 경우 경제·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장이 닥쳐올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서울신문>과 <국민일보>도 확정 보도 수준은 아니지만 협상이 타결됐다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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