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56, 공화당)가 오는 10월7일로 예정된 주지사 보궐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3백8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한 책임을 물어 그레이 데이비스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민주당)가 주민소환되면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슈워제네거는 출마시 가장 강력한 공화당 후보로 꼽혀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 맡은 슈워제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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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슈워제네거는 NBC의 토크쇼 '투데이'(Today Show)에 출연해 "이번 결정은 내 생애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가장 실패한 정치인은 데이비스"라며 현 주지사를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사실상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그는 "캘리포니아주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세금을 내고 있으나 정치인들은 그들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을 싸잡아 공격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려온 곳으로 내년 대선에서 캘리포니아주지사를 공화당 출신이 장악하게 되면 내년 대선 승리에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총력적으로 밀고 있다.
그동안 슈워제네거는 NBC 기자로 일했던, 민주당 케네디가문 출신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가 자식들이 아버지를 자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출마를 반대함에 따라 출마를 결심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공화당의 강력한 후원이 뒤따를 것을 기대하며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역정계에서는 슈워제네거가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이어 영화배우 출신 주지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오스트리아 태생인 슈워제네거는 지난 1983년 미국 시민권을 받아 귀화한 후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공화당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키워왔다.
슈워제네거는 이달 초 실시된 이 지역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 가운데 리처드 리오던 전 로스앤젤레스 시장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오던 전 시장은 슈워제네거와 절친한 사이로, "만일 슈워제네거가 출마한다면 나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유명 연예인 무더기 출마**
한편 이번 선거는 슈워제네거의 출마외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진기록이 나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1911년에 도입된 주민소환제에 의해 실제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것도 최초이며, 5일까지 3백89명이 지방선거 사무소에서에 출마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갔으며 현재까지 후보로 나설 것을 천명한 인사만 1백20여명에 달해 이번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후보난립' 기록도 세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오는 10월7일 주정부 재정적자 책임을 물어 데이비스 현 주지사를 상대로 한 주민소환 찬반투표와 함께 후임지사 보궐선거를 실시할 예정인데, 누구든 65명의 지지서명과 3천5백달러의 등록비만 내면 출마를 할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유난히 유명 연예계 인사들이 많이 나온 것도 이색적이다. 슈워제네거는 물론, 후보 가운데는 포르노 잡지 '허슬러' 발행인인 래리 플린트와 코미디언 레오 갈러거도 포함돼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 "주지사 소환은 부시의 음모"**
슈워츠네거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세를 모아가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민주당은 주지사 자리를 계속 민주당이 차지하기 위해 주심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비스 주지사가 낙마할 경우 대타로 나설 것으로 알려진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은 6일 "선거가 점점 난장판이 돼 가고 있다"면서 "지사소환투표 자체가 끔찍한 실수이며 캘리포니아주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비난하며 출마포기 성명을 발표해 민주당을 곤혹케 하고 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데이브스 주지사가 다시 선출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더 올바르다"는 입장이다. 그레이 주지사는 파인스타인 의원의 지지에 대해 "큰 힘을 얻었다"면서 반가워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노동계와 진보진영도 데이비스 주지사에 대한 지지를 공개리에 표명하고 있다. 이들이 데이비스를 지지하는 이유는 주민소환투표를 공화당 극우보수파들의 '음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 재정이 파탄을 맞은 원인도 데이비스 주지사의 실정보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정부가 민주당 텃밭인 이 지역에 예산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82년만에 발생한 이번 주지사 소환을 주도한 것은 차기 주지사를 노리는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으로, 그는 수백 만달러의 켐페인 비용을 쏟아 부어 1백60만명으로부터 주지사 소환지지 서명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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