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은 30일 한 목소리로 노무현 대통령의 협상 중단 선언을 촉구했다. 31일로 예정된 협상 타결을 하루 앞둔 마지막 호소다.
"盧 소신과 다른 위험한 결과 올 것"
나흘째 단식 중인 김근태 전 의장은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대통령님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 협상 중단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한미 FTA 협상을 시작했듯이 지금 역시 중단할 수 있는 대통령님의 용기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때로는 냉혹한 경제논리의 심판자, 외로운 지도자, 국민과 함께 가는 지도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개방과 한미 FTA에 대한 대통령님의 소신과 신념을 잘 알고 존중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협상이 타결되면 구상과 현실이 어긋나는 위험한 결과가 올 수도 있다는 게 제 솔직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여 협상 과정에서 시한에 구속되지 않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피해계층의 설득과 보상대책이 병행하는 협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촉구했으나 안타깝게도 협상과정과 협상결과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특히 "도저히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쌀과 뼛조각이 있는 쇠고기 문제까지 등장한 반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개성공단은 논의 대상에서조차 배제됐다"며 "협상을 시작할 때와는 달리 타결이 임박한 지금은 다수 국민이 한미 FTA 협상이 미국에 유리하게 조정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근태의 주장은 한미 FTA 반대가 아니라 지금 이대로 협상을 타결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다음 정부, 다음 국회에서 할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협상이 종료되는 31일 오전 닷새간의 단식농성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비준되지 않도록 투쟁할 계획"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도 이날 "대통령이 오늘 꼭 졸속협상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SBS 라디오 <김신명숙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이대로 타결되면 대통령을 뽑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어 "그동안의 협상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까지 위협하는 협상, 내준 것은 많고 얻은 것은 없는 졸속협상으로 치달아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미국은 국회가 사실상 협상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국회의원들도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다. 그야말로 행정부가 밀실협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약은 준영구적인 약속이어서 우리 후손의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사안인데 어떻게 국민의 공론화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도 모르는 상태에서 행정부 공무원 몇 사람이 밀실협상을 한 자체가 문제"라고 맹비난했다.
천 의원은 협상 체결 후 대응방안과 관련해 "정식 체결 절차와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절대로 국익을 망치는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모든 힘을 기울여 투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이 문제를 반드시 막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나의 책임이고 의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닷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으나 "협상 중단"이 요구였던 만큼 31일 협상이 타결되면 단식을 풀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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