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구여권 외곽의 대선주자들이 한미 FTA에 대한 조건부 찬성론 내지는 적극 찬성론을 폈다.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김근태, 천정배 의원 등과의 시각차가 확연해졌다.
"낮은 수준 체결하고 다음 정부로"
정 전 총장은 28일 저녁 서울대 행정대학원 비공개 특강에서 '낮은 수준'의 FTA를 이번에 체결한 뒤 나머지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장은 "쌀 등 일부 농업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양국이 호혜적으로 관세를 인하해 자유무역의 이익을 증진하는 낮은 수준의 FTA를 이번 기회에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까지 양국이 협상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완전히 없던 일로 하기는 매우 어렵고 때늦은 요구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총장은 '낮은 수준'의 FTA란 "△산업분야 중 관세인하 등 교역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면 그 내용을 존중한다 △쌀과 쇠고기 등 일부 농산물은 한미 FTA에서 예외로 한다 △개성공단 문제는 한미 FTA에 포함시킨다 △투자자 국가소송제 등 새로운 분쟁 처리절차의 도입 여부를 포함한 나머지 협상 의제는 다음 정부에서 다시 협상한다"는 것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한미 FTA에 대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혀 온 정 전 총장이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구여권 일부 대선주자들의 흐름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천정배 의원은 협상중단과 차기정부로 넘길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미FTA 땐 미국의 속국 된다고?"
이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확실한 한미 FTA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충북 청주대에서 열린 '글로벌 시대의 창조와 도전'이라는 특강에서 "한미 FTA를 하면 미국에 경제적으로 이용당하고 뺏긴다는 생각은 1960년대식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가 우리를 미국의 속국으로 만든다는 인식과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해 동북아의 주인이 된다는 인식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60년대엔 일본 자본이 들어오면 일본에 예속된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회담에 반대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전 세계가 자유 경쟁에 들어서는 21세기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손 전 지사는 또 "세간에선 내가 한미 FTA는 찬성하면서 대북 포용정책에는 지지를 한다는 이유로 보수와 진보를 왔다갔다 한다고 하는데 이런 생각이야말로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FTA는 반쯤 찬성하면서도 지금은 안 된다거나 대북 지원도 인도적 지원은 괜찮고 다른 지원은 안 된다는 식은 줄타기에 불과하다"고 역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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