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우박과 천둥, 번개, 비바람으로 행사 차질이 예상됐으나, 행사가 시작된 오후 7시경 비가 그쳐 2시간 30여 분간 진행된 행사에는 차질이 없었다.
특히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문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퍼포먼스, 초등학생들의 율동, 민중가수들의 공연, 세종문화회관 노조원의 바이올린 연주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며 문화제에 참가한 1500여 명의 노동자, 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한미FTA 반대 열기가 한층 고조됐다.
"99개 빼앗기고도 1개 '지켰다'는 이들은 매국노"
한미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자 FTA 반대 주장도 더욱 절박해졌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참으로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노 대통령은 이제 '쌀만 지켜도 성공한 협상'이라고 애기할 것"이라며 "이는 오래 전에 작성된 각본으로, 쌀 빼고 다 미국에 던져주고 사기극을 벌이겠다는 것으로 절대 속아선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협상 막판 미국이 한국 시장의 쌀 개방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협상 타결을 시도하겠지만, 정부는 국민들의 관심을 쌀로 돌린 뒤 나머지 분야에서는 결국 퍼주기식 개방을 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권 의원은 또 "미국은 패권을 쥐고 깡패 짓하며 세계를 침략하는 나라이고, 돈으로 교육을 사고하는 나라이고, 의료체계도 사적보험에 의지하는 나라이고,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왜 하필이면 미국을 따라가고자 하느냐.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나라를 만들어 물려주겠느냐"고 주장했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도 "100개 중 99개를 빼앗기면서도 1개를 거머쥐고 '찾았다'를 말하는 사람들을 '매국노'라고 말한다"며 "대한민국 경제관료들이 지금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거리에 나서야 하는 우리나라"
'시민자유발언'에 나선 고양시에서 온 주부 신혜진 씨는 "중3인 아들과 중1인 딸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지 말아라',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며 살아라'라고 가르친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촛불집회에 나서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 씨는 이어 "87년 스무살이던 시절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 나설 때, 내 아이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거리에 나설 일이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며 "하지만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야 하고, 탄핵 때 다시 거리에 나서고, 대추리 때문에 눈물겨운 촛불을 들었으며, 한미FTA 문제로 또 다시 거리에 나서고 있는데, 도대체 거리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언제 오는 것이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날 1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졸속협상 한미FTA'라고 적힌 종이를 촛불로 태우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평화롭게 촛불문화제를 마쳤다.
범국본은 오는 31일까지 한미FTA 반대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며 촛불집회는 29일 광화문, 3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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