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57)가 꽃동네를 운영하면서 34억6천여만원의 거액을 개인적으로 횡령하는 등 업무상 횡령, 사기, 명예훼손 등 모두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34억6천만원 횡령해 개인적으로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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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헌)은 1일 오 신부의 비리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오 신부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꽃동네 수사와 수녀 각 1명, 환경운동연합 및 농민회 관계자 등 4명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 신부가 횡령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액수가 무려 34억6천여만원에 달한다. 오 신부는 1996년 9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동생 등 친인척에게 생활비와 농지구입비 등으로 8억8천만원의 꽃동네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1998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65차례에 걸쳐 실제 꽃동네에서 근무하지 않는 수사와 수녀들을 근무하는 것으로 서류를 꾸며 국고 보조금 13억4천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오신부가 청주 성모병원 영안실부지 구입비지출 등 꽃동네의 사회사업과 관련이 없는 곳에도 꽃동네자금 12억4천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언론 등에 오 신부의 국고 및 후원금 횡령과 부동산투기 의혹 등에 대한 진정과 제보 등을 토대로 내사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 1월 24일 전담 수사반을 편성, 본격적인 수사를 벌여 지난달 7일부터 15일까지 6차례에 걸쳐 오 신부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은 범법사실을 밝혔다.
김규헌 지청장은 “이번 수사의 핵심은 사회복지시설 꽃동네가 아닌 오 신부의 개인비리 의혹에 대한 것”이라며 "오 신부와 수사·수녀들이 종교인임을 감안, 진술거부권과 변론권을 보장하는 한편 철저한 증거 중심의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거액의 횡령에도 불구하고 오 신부를 불구속기소한 대목과 관련, 오 신부가 꽃동네 설립자로 사회에 공헌한 점과 당뇨 등 지병에 시달려 온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반여론은 검찰이 가톨릭을 의식해 일반인과의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는 특별대우를 해준 게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꽃동네의 황제' 오웅진 신부**
오웅진 신부가 불구속기소 됨에 따라 가톨릭의 명예에 씻기 힘든 흠집이 남게 됐다. 오 신부는 그동안 가톨릭이 자랑해온 간판 스타중 한명이었고, 꽃동네는 가톨릭의 더없는 자랑거리였기 때문이다.
충북 청원군 현도면에서 출생한 그는 1976년 광주가톨릭대학을 졸업한 뒤 음성군 금왕읍 무극천주교회 주임신부로 사제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오 신부가 사회복지분야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1976년 당시 무극성당 주임신부로 재직시절 최귀동 옹(1990년 사망)을 만나면서였다. 당시 다리 밑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밥 동냥을 하면서 다른 10여명의 거지들을 먹여 살리던 최 옹의 삶에 감동받은 오 신부는 이 무렵 꽃동네의 모태가 된 '사랑의 집'을 건립했다. 그 뒤 오 신부는 맹동면 인곡리 소속리산 기슭에 ‘꽃동네’ 둥지를 틀었고, 92년에는 경기도 가평에 '가평꽃동네'를 설립하고 97년에는 고향인 청원군 현도면에 현도사회복지대학을 설립해 초대 총장에 취임하는 등 외연확장에 힘써 왔다.
그는 사회복지 분야에 이바지한 공로로 동아일보 인촌상(1987년), 국민훈장동백장(1991년), 충북도민상, 막사이사이상(1996년)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년 넘게 꽃동네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 6.13 지방선거때의 부재자 몰표 사건을 비롯해 광산업체와의 마찰, 보조금횡령 의혹 등이 꼬리를 물다가 마침내 이번에 법망에 걸려들게 된 것이다.
특히 오 신부는 이순자 여사를 비롯해 역대 대통령 영부인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외연 확장에 주력해온 까닭에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가톨릭 내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는 근본 가르침을 망각한 한 종교인의 추한 몰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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