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시민들은 묵묵히 서 있는 홍세화 기획위원에게 잠시 눈길을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갈길을 서둘렀다.
한미 FTA로 인해 위협받는 교육, 의료, 농업 분야 문제가 적힌 검은 천이 발 아래에서부터 감싸고 올라오는 형상의 설치작품 한가운데에 서서 시위를 하던 홍세화 위원은 오전 8시 30분 무렵 '창조한국 미래구상'의 정대화 실무위원장에게 피켓을 넘겼다. 정대화 실무위원장 역시 30분 동안 '한미 FTA를 반대하는 정대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한미 FTA 중단'을 요구하며 서울 시내 지하철역 100군데에서 동시에 100여 명의 시민, 대학생, 활동가들이 1인 시위 퍼포먼스를 진행한 날이었다.
"판단 착오 인정하기 싫어서 밀어붙이는 꼴 사나움"
홍세화 기획위원은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정부에 대해서는 협상을 중단하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과 시민들에게는 FTA가 후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처음부터 잘못된 협상인데도 중단할 용기가 없어서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의 판단 착오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기본적인 자기 합리화 구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일 우려되는 두 가지는 투자자-정부 소송제와 농업"이라며 "이것들은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에 대해서 정부는 이제 거의 완전히 포기하는 자세를 보이는데, 한 국가에서 농업은 식량주권의 문제이자 문화 문제이며 철학의 문제"라며 "한 국가의 기본부터 정립시킬 수 있는 이 부분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투자자-정부 소송제는 우리나라의 정치 주권 기간을 흔들 수 있다"며 "정치인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질문은 앞으로 자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을 이렇게 졸속으로 밀어붙일 수 있느냐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잘못된 협상은 국민과 국회가 막아야 한다"
정대화 실무위원장 역시 "국민과 국회가 결국 잘못된 한미 FTA를 막아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FTA는 우리 사회의 방향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변화"라며 "변화가 좋은 것이면 굳이 안 알려도 되지만 이건 일종의 경제적 주권침탈의 일부라고까지 볼 수 있는 변화인데, 정부가 '무대뽀'로 강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농촌과 지역은 존재의 근거를 완전히 박탈당하게 된다"며 "농촌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방분권과 지역 활성화, 생태, 환경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분야를 오로지 대외 무역과 산업경쟁력 강화만 내세워 굴욕적인 방식으로 개방파 관료들의 손에 이끌려 나라를 개방하는 것은 나라의 이권을 팔아먹는 행위"라며 "한미 FTA는 일부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 국민 전체의 배를 곯리게 되는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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