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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신자유주의? '자유'를 왜 반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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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신자유주의? '자유'를 왜 반대하지?"

토론회 "진보진영 대중의 언어를 구사해야"

"운동권들이 '신자유주의 반대' 구호를 외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들이 들으면 '자유'란 좋은 것인데 왜 반대한다는 것인지 의아해 한다."

'창조한국 미래구상'(가)의 김승국 씨는 22일 오후 성공회대 사회운동 연구소의 주최로 열린 '10개 씽크탱크 연속대안토론회'에서 "진보진영의 언어가 대중들과 쌍방통행하지 않은 결과"라며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제목은 '진보적 대안, 어떻게 대중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갈 것인가?'였다.

진보진영의 '말발'이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 이유는?

김 씨는 "사회과학을 밤 새워 공부했던 운동권들이 번역형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며 "진보진영이 제출한 어떤 문건을 보면 장문에 복문이 가득해 숨이 막혀 못 읽기도 하고, 그들의 담론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기 위해서는 번역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 '10개 싱크탱크 연속대안토론회'의 제4회 주제는 "어떻게 대중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갈 것인가"이다. 22일 오후 성공회대 새천년관 교수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프레시안

'신자유주의'는 '네오리버럴리즘'(Neoliberalism)이라는 영어를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여기 쓰인 '자유'라는 단어는 '리버티'(liberty)이고, 시장경쟁의 자유를 뜻하는 경제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구속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정치적 개념의 '프리덤'(freedom)으로 혼동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은 정작 대중들에게는 신자유주의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 불친절하다는 뜻이다.

김 씨는 "성경을 읽다보면 예수처럼 쉬운 대중적 언어로 진리를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진보진영도 생활언어의 화법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또 "진보진영의 구호에는 '반대'가 너무 많다"며 "'네거티브'(negative 부정적) 화법보다 '포지티브'(positive 긍정적) 화법을 구사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담론 너무 추상적이고 어렵다"

이는 보수진영의 '선진화' 담론에 비춰보면 더 명확해진다.

진보정치연구소 장석준 연구기획국장은 "사실 '선진화'라는 말도 그렇게 구체적이거나 매력적이지는 않다"면서도 "좌파의 담론들에 비해 '선진화' 담론이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가는 것은 결국 역사적 경험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선진화'는 박정희 정권 이래로 정부의 오랜 표어로, 누구나 다 들어본 말이고,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새마을운동' 등 구체적 이미지와 결합된 말들이라는 것이다. 장 국장은 "그래서 동의/반대 여부를 떠나 누구나 다 '어려운 말은 아니다'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국장은 이어 "반면 진보진영의 담론들은 대개 외국 사례들을 기반한다"며 "한국인들이 아직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나 사건을 제시하고 있어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생산과정'도 문제지만, '유통과정'도 진보진영에게는 불리하기 짝이 없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손석춘 원장은 "언어나 어떤 개념에 대한 용어는 미디어를 통해 익숙해지는데,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진보세력의 언어가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멀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복지'라는 것은 일반 서민들에게 유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복지'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조·중·동'에 의해 서민들 스스로가 복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는 보수언론이 만든 '세금 폭탄'이라는 말도 종부세 등과 관계 없는 서민들마저 세금정책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안과 희망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라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진보개혁세력은 서민과 민중들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사이비 희망이 아니라 급진적 희망을 선도해야 한다"며 "그를 위한 '희망의 언어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국민에게 '신뢰의 무게'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참여정부의 언술을 믿지 않게 된 참담한 현실은 진보개혁세력에게 확고한 일관성과 말과 행동의 무게를 담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 "박정희 모델에 저항했던 반독재 민주진보세력이 박정희 모델의 패러다임적 구조를 뛰어넘어서 적극적인 '포스트 박정희 모델'을 제시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위기상황도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급진적일지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포스트 박정희 모델'을 사고하고 새로운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언어에 대한 강박증'을 버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저항의 언어'와 '국가 운영자의 언어'가 다른데, 대통령이 '저항의 언어'로 얘기할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잘 보고 있다"며 "아직 진보진영 내에서 혼절돼 사용되고 있는 제도적 정당의 언어와 운동의 언어를 분리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련된 '구호'가 아니라 대중들 파고들 '내용'을 발굴해야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1956년 대통령 선거를 예로 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세련된 구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contents)"이라고 강조했다.

5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를 들고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승만의 자유당이 '갈아봤자 별 수 없다'는 맞구호를 내놓을 정도였다. 그러나 신 후보가 뇌일혈로 급서했고, 그 뒤를 이은 것이 이승만의 '북진통일'에 맞서 '평화통일'을 주창하고 나선 무소속의 조봉암 후보였다.

조 교수는 "조봉암 후보는 '책임정치', '수탈 없는 경제', '평화통일'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는데,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대중들의 한을 파고드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큰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새사연 손우정 연구원도 "87년 '호헌철폐, 독재타도'라는 구호도 결코 세련된 표현은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두 문장이 대중들의 생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에 폭발력이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연구원은 이어 "하지만 현재 진보진영에서 각 사안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다 달라 합의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진보진영이 큰 틀에서 합의를 통해 내용을 만들고,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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