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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은 니 돈으로 만드세요…"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8>월급에서 제해지는 퇴직금?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를 채용하는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 출국만기보험료는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으로 볼 수 있다. 1년 이상 근무하다가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는 이주노동자는 보험회사에 보험금 신청서를 제출하면 통장으로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 혹시 이주노동자가 근속기간 1년을 채우지 않고 다른 사업장으로 옮긴다면 그 보험료는 사업주가 찾아가게 된다.
  
  사업주는 퇴직금으로 한 번에 목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고 이주노동자는 퇴직금을 받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아도 되니 괜찮은 제도라 하겠다. 이 제도 덕분에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청구 건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묘한 월급명세서를 보게 되었다.
  
  한 회사에서 일하던 몽골인 2명이 찾아왔다. 요청사항은 연장근로가 잦은데 연장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것 같으니 월급명세서를 살펴봐달라는 것이었다. '어디 좀 봅시다'라며 월급명세서를 보았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연장근로수당이 근로기준법보다 적게 계산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퇴직 보험료라는 명목으로 5만 원이 넘는 돈이 매달 공제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퇴직 보험료라는 건 처음 들어보기에 회사에 전화해 물어보았더니 그게 바로 출국만기보험이었다. 그러니까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출국만기보험료를 노동자의 급여에서 매달 공제했던 것이다.
  
  먼저 덜 지급됐던 연장근로수당에 대해 회사에 근로기준법대로 계산해서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퇴직보험료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회사 담당자는 퇴직보험료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으로 들었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인지 거짓말인지 가늠할 수 없는 답변이었지만 노동부에 문의해서 확인하시고 연락을 달라고 하였다. 일단은 회사의 변명을 믿어주기로 하고 회사에서 알아서 개선하기를 기다렸다.
  
  회사로부터 연락은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 이후 회사는 연장근로수당은 제대로 계산해서 주었고, 얼마 안 돼 1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이들은 다른 회사로 옮겼다. 퇴사한 이들에게 회사는 퇴직금 등 몇 가지 항목의 임금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퇴직보험료로 이들에게서 공제한 70여만 원은 돌려주지 않았다.
  
  이들이 다른 회사로 옮긴 후 다시 회사로 연락했다. 퇴직보험료로 공제한 돈은 잘못 공제한 것이니 돌려주시라고. 그런데 이번엔 회사의 반응이 달랐다. '계산해서 줄 것 다 주었다. 그러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알아서 하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 '보험료로 공제한 돈을 돌려주어야 할 것 아니냐','자기 돈으로 자기 퇴직금을 만든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라고 재차 설명했지만 회사 쪽은 합리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 '돈이 없으니 그렇다'고 뻗대더니 급기야는 '맘대로 하라'는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어쩔 수 없으니 노동부에 진정하겠습니다.' 나도 최후통첩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첫 번의 사례를 보면서 나는 이것이 특이하고 돌출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퇴직보험료 명목으로 일정액을 매달 공제하고 있는 월급명세서를 또다시 발견했다. 다른 회사였다.
  
  '이 회사도 몰랐다고 할 것인가' 싶어서 회사로 전화했다.
  
  '퇴직보험료로 공제한 돈이 무엇이냐'고 확인차 물어보았더니, '퇴직금 있잖아요. 1년 이상 일하다가 그만 두면 보험회사에서 퇴직금으로 받는 거요'라는 것이다. 출국만기보험료는 사업주가 내는 것이라고 일러주었더니 그 회사 역시 '그렇게 하는 것으로 들었다' 는 것이다.
  
  두 회사에서 말했듯이 정말 모처의 누군가가 '퇴직보험료는 노동자의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었을까? 그렇다면 이 두 회사 외에는 이런 사례들이 또 있다는 것 아닌가. 아니면 두 회사 다 거짓말을 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믿고 싶지 않았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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