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탈당 파장이 구여권의 대선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의 정치 자문격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20일 "정 전 총장이 손 전 지사와 연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전 총장 쪽의 이같은 반응은 구(舊)여권이 기대하는 소위 '빅 텐트' 효과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문제. 손 전 지사가 전날 제안한 정 전 총장을 포함하는 '드림팀' 구성도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손학규-정운찬 신경전?
김 의원은 이날 오후 KBS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경선에서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는 부담을 느껴 나온 것으로 본다"고 야박하게 평가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경선을 앞두고 밖으로 튀어나와서 대권에 출마하겠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손 전 지사의 개인 생각일 뿐 드림팀이라는 것은 구성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정 전 총장은 순수성을 지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에 합류할 성격이 아니라고 본다"고 단박에 잘랐다. 김 의원은 "두 사람이 (중도라는) 방향이 같아도 입장이 다르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연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정 전 총장은 제3지대에 중도개혁세력의 큰 틀의 신당이 만들어져도 그런 틀 속에는 안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밝혀 손 전 지사 및 구여권의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반한나라당 성격의 신당에는 참여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또한 손 전 지사가 구여권 재정비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손 전 지사의 행태에 동조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 앞으로 살펴볼 사항"이라고 냉정하게 봤다.
일각에선 정 전 총장 쪽의 이 같은 반응을 '제3지대 중도신당'의 경쟁자 출현에 따른 경쟁심의 발로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김종인 의원이 최근 정 전 총장에게 늦어도 3월말~4월초까지 정치참여 결단을 촉구한 것도 손 전 지사의 탈당을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있다.
'비공식 예선' 개막
이에 따라 손 전 지사와 정 전 총장 쪽이 똑같이 '중도 노선'과 '새로운 정치세력'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그 경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갈등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손 전 지사가 이날 구여권과의 연대에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정 전 총장은 여러 차례 "열린우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김종인 의원 역시 철저한 열린우리당 배제론자. 그는 이날도 "범여권이라고 하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것인데 범여권이 돼서는 선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 하는 날까지 끝까지 존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손 전 지사가 전진코리아 등 자신의 외곽 지지그룹을 규합해 신당을 창당하거나 독자세력으로 존속한 뒤 구여권의 제세력과 오픈프라이머리 수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정 전 총장 쪽은 '정운찬 추대론'에 가깝다.
김 의원도 평소 오픈프라이머리 자체에 냉소적 반응을 보여 왔다. 당대당 통합 방식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개별 탈당과 '정운찬 신당'으로의 헤쳐모여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 전 총장 쪽의 경로 수정이 없는 이상 현재로선 손학규-정운찬 간의 '빅 매치'는 성사 전망이 매우 낮다. 손 전 지사가 승승장구할 경우에는 정 전 총장이 대권 도전을 아예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을 계기로 소위 경쟁력 있는 후보군을 모두 포괄해 대선 전망을 세우자는 '빅 텐트'의 기대감에 사로잡힌 구여권의 표면적 활기 이면에는 한 쪽이 무너져야 한 쪽이 사는 손학규-정운찬 간의 '비공식 예선전'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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